한국일보

뭉쳐야 산다

2001-02-15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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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

“아니 어떻게 모아준 돈인데 이럴 수 있는 겁니까”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누가 챙긴다고 의류협회가 곰입니까”

“이렇게 된 이상 준 돈이라도 되돌려 받아야 합니다”


얼마전 키머니 관행 근절을 위해 법정 투쟁을 벌이던 한인 업주들이 커뮤니티가 모아준 돈만 받고 소송을 취하하자 다른 업주들이 보인 반응이다. 비싼 렌트비도 버거운데 수년마다 수만 달러씩 물어야 하는 키머니는 의류업계를 짓눌러 온 고질병이다. 때마침 몇몇 업주가 그 근절을 외치며 소송을 제기하자 의류협회는 물론 전 커뮤니티가 이를 성원했다. 가두 모금등을 벌여 모은 푼돈을 합친 1만 6,000달러를 전달받은 2명의 업주들은 “키머니가 불법화될 때까지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고 약속, 회원들의 사기를 북돋워줬다.

그러나 불과 몇 달 후 이들은 개별적으로 건물주로부터 키머니를 받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고 슬그머니 소송을 취하했다. 한명은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소송 지원금 8,000달러를 돌려 줬지만 나머지는 아예 입을 씻고 말았다. 결과적으로 한인사회 전체가 한 업소 키머니를 면제해주기 위해 소동을 벌인 결과가 됐다.

한때 한인 사회의 단합된 기세에 눌려 조심스럽게 눈치를 보던 건물주들도 이제는 다시 당당히 키머니를 요구하고 있다. 최근 주 하원의원이 키머니를 불법화하는 법안을 상정하겠다고 나오고 있지만 의류협회 쪽에서는 별로 탐탁지 않은 표정이다. 이쪽에서 요청도 하지 않았는데 자진해서 그런 법안을 만든 것도 그렇고 만들면서 자문을 구하지도 않은 것도 그렇다. 정치 브로커가 찾아와 “법안이 통과되려면 헌금을 해야 한다”며 돌아다니는 걸 봐도 진정으로 의류업자들을 위한 것인지 정치자금을 받아내기 위한 구실인지 불분명하다.

키머니를 둘러싼 분쟁이 계속되고 있는 것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달리기 때문이다.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길은 한인들이 힘을 모아 자체 건물을 마련하는 수밖에 없다. 지금처럼 터무니없는 가격에 점포를 세내 비즈니스를 해서는 몫 돈은 건물주가 벌고 한인들은 푼돈이나 만질 수밖에 없다. 그런 줄은 누구나 알지만 선뜻 공동 건물구입에 나서지 못하는 것은 서로 이해관계가 엇갈려 단합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한인 의류업회는 최근 LA 다운타운에서 시위를 벌이고 같은 건물에 들어 있는 한인업주들의 공동보조를 촉구하는등 키머니 근절을 위한 지속적이고도 조직적인 투쟁을 다짐했다. 이 투쟁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업주들의 단결이다. 지난 번 소송 때처럼 업주들이 나하나의 이익만 우선시한다면 한인들은 언제까지나 건물주의 밥이 될 수밖에 없다. 이번 키머니 근절 캠페인에서만은 한인 상인들이 단결된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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