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민주시민 교육센터 설립해야 한다

2001-02-14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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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득주<숭실대 정치외교학과, USC교환교수>

필자는 2000년 9월부터 11월까지 LA에 사는 재미교포와 서울시민을 각각 천명씩 선정하여 그들에게 전통적 권위주의적 의식에 관한 설문(7가지 질문)과 현대적 민주주의적 정치의식 에 관한 설문(12가지 질문)을 배포하고 이에 대한 응답을 받아 분석하였다.

본 실태조사를 요약한다면 LA의 재미동포나 서울시민 그 어느쪽도 전통적-권위주의적인 정치문화로부터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LA 응답자의 30%와 서울 응답자의 약 29%가 아직도 전통적-권위주의적인 정치의식을 갖고 있는 경향을 보이고 있었다.

그에 반하여 서울 응답자의 64%는 전통적 권위주의적인 정치의식으로부터 벗어난 반면에 LA응답자의 50%만이 비권위주의적인 성향을 나타냄으로써 LA에 사는 교포가 서울시민보다 오히려 전통적-권위주의적인 정치의식이 더강하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시사하고 있다. 이는 매우 중요하고 예상밖의 결과로 재미교포들이 고국을 떠날 당시의 의식을 그대로 보존하는 경향을 나타내고 있다고 본다.


현대적-민주주의적인 정치의식에 대한 비교분석 결과를 요약한다면 LA 응답자의 59%와 서울 응답자의 51%가 각각 현대적 민주주의적인 정치의식을 갖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여기서 괄목할만한 것은 서울 응답자보다도 L.A응답자가 수치상으로 8%나 더 높게 나타남으로써 LA응답자가 서울 응답자보다 더 높은 민주의식을 지니고 있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전통적-권위주의적 의식 가운데 지연, 혈연, 학연을 포함한 의인주의가 재미교포나 한국인이 반드시 고쳐나가야할 의식이라고 지적하고 싶다. 사실 이러한 의인주의 형태들은 한국의 정치, 경제, 사회의 모든 분야에 팽배해 있어 이에 대한 철저한 의식개혁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한국은 참된 민주주의를 이룩할 수 없다고 본다.

현대적-민주주의적인 정치의식중 우리가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야할 의식들로는 준법정신, 개인의 권리의식, 신뢰성과 정직성이다. 한국이 새천년에 세계에서 주도적인 국가가 되고 남북한의 평화적 통일을 위해서는 균형되고 참여적 민주주의를 더욱 강화해 나가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민주주의를 강화해 나가기 위해서는 한국의 여·야 정치인과 사회지도자들이 서로 싸울것이 아니라 상시적 제도개혁과 더불어 상시적인 의식개혁이 필요하다. 의식개혁은 과거처럼 군사쿠테타나 혁명에 의해서가 아니라 이제는 초당적이고 범 국민적이며 상시적인 민주시민교육밖에 없다.

1987년 여·야 합의에 의해서 제정된 헌법에 의하면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를 그의 국가이념으로 설정하고 있으며 이를 공고히 하기 위해서 대통령을 비롯한 모든 공직자는 헌신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정치적 민주주의는 성숙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때문에 책임정치와 권력남용 예방을 위해서도 민주시민교육을 정치인을 포함한 모든 국민에게 철두철미하게 실시하는 것이 우리의 당면 과제라고 생각한다.

과거 일본과 독일이 각각 공민관이나 정치교육센터들을 설치하고 일생을 통하여 민주주의를 배운다는 겸손한 정신을 갖고 적극적인 민주시민 교육을 실시한 결과, 양국이 민주주의 국가가 되고 세계의 주도국이 되었던 것처럼 한국도 초당적인 민주시민교육센터를 설립하여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와 실천 능력을 특히 토론문화와 합의문화를 등한시하는 정치인들과 사회지도급인사를 포함한 전국민에게 함양시켜 참된 민주사회를 건설함으로써 한국도 21세기초에는 세계를 주도하는 국가 중의 한 나라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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