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클린턴의 포로들

2001-02-14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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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시각

▶ 월스트릿저널 사설

클린턴이 물러난 지 3주가 됐지만 그의 막판 행적에 대한 규탄의 소리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대다수 미국민들은 감세등 부시 행정부가 추구하는 정책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반면 클린턴을 증오하는 사람들의 비판은 나날이 강도를 더해 가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이들중 상당수가 그를 지지해 왔던 리버럴 칼럼니스트와 민주당원이라는 점이다. 조 바이든 연방상원의원은 리치의 사면을 놓고 “변명의 여지가 없는 일”이라고 지탄했으며 폴 웰스턴 연방상원의원은 “클린턴의 윤리 문제를 다시 보게 된다”고 말했다. 다른 클린턴 지지자들도 이번 사면을 “배신”이라고 부르며 분노를 삭이지 못하고 있다. 이제 선거도 끝났으니 그동안 덮어준 클린턴의 허물을 마음껏 드러내도 괜찮다는 생각인 모양이다.

이제 와서 분노에 떠는 이들 모습은 8년간 알카트라즈 감옥에 갇혀 있다 갑자기 간수를 향해 울분을 토하는 죄수들을 연상시킨다. 그들이 감옥에 갇힌 것은 본인이 자초한 것이다. 그들은 오랫동안 클린턴을 무조건 비호, 웨스트버지니아를 비롯한 민주당의 아성이 공화당으로 넘어가게 만들었다. 자신의 패배를 클린턴 탓으로 돌리고 있는 고어 자신도 르윈스키 스캔들이 터지자 클린턴을 “역사상 가장 위대한 대통령의 하나”로 추켜세웠다.

이들은 클린턴의 비리를 알고서도 그 밑으로 모여들었다. 클린턴 부부가 이들을 깔보는 것은 당연하다. 지금은 떠들다가도 막상 때가 오면 자기한테 돌아오리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클린턴의 질곡에서 벗어나는 길은 누군가가 클린턴의 부도덕성을 준엄하게 꾸짖고 공범처럼 행동해온 민주당의 책임을 시인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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