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50달러보다 값진 체험

2001-02-13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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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리나<실 비치>

금요일 아침, 늦잠을 자고 있는 나에게 어머니가 속삭였다. “50달러 줄테니 오늘 엄마 비즈니스하는 가게에 같이 가자. 주말에 혼자가는 게 심심해서 그래”

50달러란 말에 잠이 깬 나를 본 어머니는 미소를 짓고 우린 얼른 준비를 하고 LA로 향했다. 주말 부업으로 어머니는 T셔츠를 주문해 마켓이나 리커스토어 등에 물건을 대는 일을 한다.

어머니는 가는 곳마다 먼저번에 갖다준 물건이 얼마나 팔렸는지 확인하고 차에서 옷이 담긴 큰 박스들을 운반해 진열했다. 그런데 한 가게에 들어간 어머니가 5분을 기다려도 나오지 않아 가게에 들어갔더니 어머니는 무슨 말을 하느라 쩔쩔매고 있었다. 외국 종업원이 주인이 없다고 나중에 오라고 했고 어머니는 계속 물건을 대던 곳이라서 물건을 놓고 가겠다고 주장했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에게 주인한테 전화 걸어서 물건을 원하느냐고 물어보라고 했다. 그 사람은 귀찮다는 표정으로 아마도 집에 없을 거라고 고개를 저었다. 나는 큰 소리로 어떻게 비즈니스 하는 사람이 휴대전화도 안갖고 다니냐며 물건들을 주인이 원했다고 거짓말을 하여 당하고 있던 어머니의 마음을 풀어드렸다.

집요하게 따진 끝에 나는 주인과 통화를 할 수 있었고 그 가게의 주인이 확실히 온다고 약속한 다음주에 물건을 갖다주기로 확답을 받았다.

만족한 얼굴로 엄마의 옆모습을 보니 강하던 어머니가 오늘따라 새삼 약한 여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게에서 함께 걸어나오며 어머니의 손을 잡으니 왜 이리 손도 많이 거칠어졌는지… 내가 오늘 어머니에게 힘이 되었다는 것은 뿌듯했지만 항상 혼자 다니며 때때로 어려움을 당하면서도 힘든 내색 한번 안하셨던 어머니를 보니 다시 한번 어머니의 큰사랑이 느껴졌다. 그리고 어머니가 항상 하던 말씀을 떠올렸다. “세상에서 아무리 쉬워 보이는 일도 해보면 어렵다. 그런데 못할 것 같은 일도 시작해 놓고 노력하면 이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정말 쉽다고 얕봐서도, 어렵다고 팔짱을 끼고 겁내서도 안된다”

나는 다시 한번 엄마의 손을 꼭 잡고 하늘을 보며 크게 외쳤다. “엄마, 오늘 난 50달러 보다 더 값진 체험을 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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