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도장이라는 단어는 사전에 없는 말이다. 이희승 교수 감수, 민중서림 출판 ‘에센스 국어사전’ 565쪽을 들여다보면 ‘눈도장’이 빠져버린 채 ‘눈대중’ 다음 말이 ‘눈독’으로 이어짐을 볼 수 있다. 2000년 1월10일 발행된 최근판인데도.
그러나 눈도장이라는 단어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흔히 쓰고 또 언론에서도 심심찮게 쓰는 단어다. 국어사전이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든지 아니면 속어라고 사전에 실을 수 없다는 자세인지는 모르지만 우리 생활 속에 깊이 뿌리내려 있는 단어 중의 하나다.
사전에 단어의 뜻이 정의되어 있지 않으니 나름으로 풀이 할 수 있는 자유스러움을 느낀다.
눈도장이란 눈과 도장의 합성어다.
눈으로 찍는 도장을 의미하고 도장의 도구로 눈을 이용한다는 말이다. 문서의 결재나 확인절차에서 서양의 싸인 대신에 도장을 사용해온 동양의 생활양식이고 동양적 고유단어인 셈이다.
그리고 명사로 눈도장이라는 말보다는 일반적으로 동사로 ‘눈도장 찍는다’ 또는 피동사로 ‘눈도장 찍힌다’가 훨씬 빈번히 사용되고 있다.
도장 자체는 문서용이지만 눈도장은 사람과 사람의 관계 형성용이란 차이점을 발견한다. 사람과 사람의 만남은 우연의 만남에서부터 별의별 종류로 분류될 수 있겠지만 눈도장 찍음으로 또는 눈도장 찍힘으로 비롯되는 인간관계의 형성은 우연이라는 말이 통째로 배제되고 목적에 의거함을 볼 수 있다.
한두가지 예로 작년 김대중대통령이 뉴욕을 방문했을 때 ‘눈도장 찍히기’위해 누가 초청 받았느냐, 초청 받아도 좌석 배치가 어디였느냐 하는 후문담이 많았다.
그리고 얼마 전의 부시대통령 취임식에 대거 참석한 한국정치인들의 행위도 눈도장 찍기 위한 행위로 싸잡아 희화화되어 버렸고 일본 정치인들은 10명 정도인데 왜 그리도 많아야 하는지 이해 못하겠다던 일본 언론인의 비아냥거림도 읽었다. 그런데 부시정권에 눈도장 찍히기 위해 미국 방문한 한국정치인들에 대한 한인사회의 반응은 그들에게 눈도장 찍히기 위해 갖가지 모임이 있었다.
그러고 보니 눈도장이라는 단어의 사용이 일반인들의 눈 마주침(eye contact)에서 싹트는 다분히 인연에서 비롯되는 인간관계 형성이 아니라 고위층과 목적을 두고 눈 맞추는 행위로 귀결됨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