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평통의 계절’

2001-02-13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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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현<언론인>

어느새 신문에 누구누구가 평통 지역협의회 회장운동을 하고 있다느니 또 누구누구는 자문위원 명단에 꼭 자기가 들어가야 될 것이라는 등 설왕설래가 되는 것을 보면 아, 또다시 그때가 되었구나 하는 느낌을 갖게 된다.

평통자문위원의 임기가 오는 6월30일로 끝나게 되었으니 시기적으로 그런 때가 되기는 한 것 같다.

그러나 이번만은 모쪼록 조용하게 넘어가게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되면 어떻고 안되면 어떤 것인데 평화통일자문위원을 뽑고 그중에서 회장을 천거하는 일이 번번이 평화적이기는커녕 모함과 비방의 한바탕 싸움이었으니 그 자체로 동포사회에 좋은 인상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었다.

나 자신밖에 있는 동안 민주평통 자체와 자문위원의 역할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었던 사람의 하나인데 지난 임기에 거기에 들어가 보니 역시 문제는 문제대로 남아 있었다.

일부에서 주장하는 대로 반드시 통일의 전문가들만 자문위원이 될 필요는 없다고 생각된다. 다양하고 생소한 직업을 생업으로 갖고 있는 이민사회의 특성으로 봐서는 지금 현재 세탁소를 운영하고 있던 청과업을 하고 있던 그것은 별 문제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그 다양한 직종의 사람들이 모임으로 해서 소위 통일전문가들이 가질 수 있는 아집과 편벽성의 한계를 극복하고 폭넓은 보편타당성의 논리에 접근할 수 있는 장점도 얼마든지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가 본질적으로 인간에 대하여 그리고 민족에 대하여 깊은 애정을 갖고 있느냐와 조국에서 남북화해와 통일이 반드시 필요한 과업이며 그것을 평화적인 방법으로 이루어야 된다는 확신을 갖고 있느냐의 여부는 최소한의 자격요건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판단한다.

민주사회에서, 더구나 언론자유가 만발한 미국에서 반대와 찬성의 다양한 의견수렴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일단 평통자문위원이 된 사람이 그것도 임원에 들어있는 사람이 내부적인 토론과정에서의 의견개진은 몰라도 공개적인 행사에서 대통령의 통일관에 시비를 건다든지 더 나아가 외부에 대하여 집단적으로 정부의 통일정책에 반대하고 나선다면 그것은 아이러니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 분들은 굳이 그 자리에 미련을 갖지 말고 자유스런 입장에 돌아가는 것이 이치에도 맞고 남보기에도 옳은 일이라고 생각된다.


한미 의무장관 회담에서 대북문제에 관한 두 나라의 공조는 확인되었고 현재 진행중인 남북화해를 미국이 적극 지지하겠다는 말은 했지만 자국의 이익과 군사적 실리를 챙기려는 공화당 정부의 한반도 정책은 언제 어떻게 돌아설지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650만이나 되는 한인이 지금 세계 140여개국에 걸쳐 곳곳에 분산돼 살고 있으나 그 가운데서도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 4대 강국에 집중적으로 분포돼 있는 것도 숙명적이기는 했지만 민족의 장래를 위해서는 좋은 씨앗이 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

그래서 미국에 사는 우리 동포들은 남북이 빗장을 열고 있는 이 역사적인 시점에 우리 스스로도 화해를 해야 되거니와 미국의 여론주도층을 설득하고 이해를 시켜나가야 하는 무거운 책무가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평통자문위원의 선임도 이런 기준과 사명감이 참고되어야 할 것이고 무엇보다도 협의회 회장은 이 어려운 시기에 강력한 리더쉽을 발휘할 수 있으며 기왕이면 도덕적으로도 흠집이 없는 사람이 되는 것이 옳은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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