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 우물을 파야 하는 까닭

2001-02-13 (화)
크게 작게

▶ 이코노미스트

딕과 모리스 맥도널드 형제는 앞날이 보이지 않았다. 손대는 사업마다 모조리 실패하고 남은 것은 빈손밖에 없었다. 공황이 한창이던 1930년 고향인 뉴햄프셔를 떠나 할리웃의 한 스튜디오에 조명공으로 취직했지만 장래는 비관적이었다. 마지막으로 햄버거 가게에 모든 것을 걸기로 했으나 돈이 문제였다. 가는 곳마다 퇴짜를 맞자 ‘어차피 안될 바에야 큰 데나 찾아가 보자’는 심정으로 뱅크 오브 아메리카 문을 두드렸다. 대답은 뜻밖의 예스였다. 론 신청액 7,500달러를 다 줄 수는 없지만 5,000달러까지는 꿔주겠다는 통보였다.

이렇게 해서 1937년 샌버나디노에 연 첫 맥도널드 햄버거 샵은 형제 자신이 놀랄만한 성공이었다. 맥도널드 형제는 하루 아침에 무일푼에서 당시로서는 거액인 연 4만달러의 수입을 올리는 고소득자가 됐다.

고객들이 맥도널드를 즐겨 찾는 첫째 원인은 빠른 속도와 싼 가격이었다. 가격을 더 낮추기는 힘들고 속도를 빠르게 하려면 메뉴를 간소화하는 수밖에 없었다. 고객 주문의 80%가 햄버거라는 결론이 나오자 핫독과 바비큐, 각종 샌드위치등 25가지에 달하던 메뉴를 햄버거와 치즈버거등 9개로 통일했다. 걸핏하면 없어지고 씻기 불편한 식기도 종이컵과 플라스틱 용기로 바꿨다. 맥도널드 간판 옆에 ‘스피디’란 이름의 주방장을 같이 그려 주문하자마자 바로 먹을 수 있는 식당임을 강조했다. 제조 공정을 기계화해 요리 시간을 최대한 단축했다. 그후 ‘기다리지 않고 값싸게 온가족이 저녁 식사를 즐길수 있는 곳’이란 소문이 퍼지면서 이 가게는 아침부터 밤까지 문전성시를 이뤘다.


맥도널드 형제가 창업주라면 맥도널드를 세계 최대의 패스트푸드 체인으로 키운 것은 레이 크락의 공이다. 믹서기 판매원이던 크락은 다른 곳에서는 계속 주문이 떨어지는데 맥도널드 식당만은 나날이 늘어나는 것이 궁금해 시카고에서 샌버나디노까지 찾아갔다. 때 마침 맥도널드 형제는 이를 프랜차이즈화해 확장해줄 매니저를 찾고 있었다. 하루 웬 종일 고객들이 줄을 서 주문하느라 아우성치는 현장을 본 그는 바로 맥도널드 형제를 찾아가 자신을 프랜차이즈 매니저로 써줄 것을 요청, 승낙을 얻었다.

크락의 근면함, 구두쇠 정신, 청결에 대한 집념은 전설적이다. 수시로 식당을 방문, 식탁에 굴러다니는 설탕봉지를 챙기는가 하면 케첩 통에 한 방울의 케첩도 남기지 못하게 했다. 지저분해 보인다고 턱수염을 기르지 못하게 했으며 코털이 긴 매니저에게는 가위를 선물했다. 맥도널드 식당 직원이 수시로 창문을 닦고 바닥을 청소하는 것도 그의 지침에 따른 것이다. ‘햄버거가 아름답게 보이지 않는 사람은 햄버거 샵을 하지 말라’가 그의 경영 철학이었다. 맥도널드 형제가 팽창에 열의를 보이지 않자 270만 달러에 지분을 사고 형제들을 내보냈다. 맥도널드 성공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바탕에 깔린 것은 햄버거 하나만은 제대로 만들어 보겠다는 집념이다.

최근 한인 비즈니스 운영 패턴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과거 옷가게 몇 년 하다 리커 스토어 하고, 또 몇 년 있다 팔고 세탁소 하고 하던 식에서 한가지 업종을 물고 늘어지는 한인들이 많아졌다. 이 업종 저 업종을 기웃거리는 것이 아니라 옷이면 옷, 구두면 구두를 10여년째 하면서 점포수를 계속 늘려 가는 것이다. 이런 경향은 뷰티 서플라이에서 커피샵등 여러 업종에서 눈에 띄지만 특히 프랜차이즈를 중심으로 한 식당업계에서 두드러진다. 이제는 미국 체인을 사는데 그치지 않고 한인이 직접 프랜차이즈 업주가 돼 가맹자를 모집하는 케이스까지 나오고 있다. 일본계 형제가 창업한 도다이는 크락이 맥도널드 형제를 몰아낸 것처럼 원주인의 지분을 인수, 한인 투자가 그룹이 사실상 주인이 됐다.

한 사람이 여러 점포를 운영할 경우 우선 노하우가 생겨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고 대량 구매를 통해 원가를 절감할 수 있으며 지역적으로 퍼져 한 점포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요즘은 테크놀로지 발달로 본사에 가만히 앉아 모든 점포의 그날그날 매상을 체크할 수 있고 비디오 카메라를 인터넷에 연결하면 매장까지 감시할 수 있다는 게 다점포 소유 업주의 이야기다.

뭐를 해도 한가지를 제대로 해야 그 분야에서 자기 위치를 지킬 수 있다. 한인 비즈니스가 맘&팝 중심의 구멍가게 수준을 탈피하기 위해서는 다점포 경영으로 갈 수밖에 없다. 한인기업이 프랜차이즈와 기업공개를 통해 미 주류 사회의 일원으로 당당히 서는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한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