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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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탄의 무기

2001-02-13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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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저런 이야기

"멀쩡하게 생긴 청년이 사정을 하는데 마음이 안움직일 수 없었지요"

K씨가 겪은 해프닝의 경위는 이렇다. ‘하루는 식당에서 나오다가 다른 주에서 왔다며 도움을 호소하는 청년을 만났다. 오죽하면 그럴가 싶어 가지고 있던 얼마 안되는 현금을 주면서도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 청년은 며칠후 타운내 다른 길 모퉁이에서 똑같은 방식으로 구걸하고 있더라는 것이다. 알고 보았더니 ‘홈리스’ 마약 중독자였다’

이런 이야기는 이제는 뉴스도 아니다. 한인 홈리스가 한 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타운 안팎의 한인 홈리스 인구는 최소 300여명이고, 외곽까지 합치면 이보다 훨씬 많다는 게 관계자들의 추산이다.


한인 홈리스 인구가 그런데 앞으로 급증하리라는 전망이다. "마약에 손을 댔다하면 보통 사람의 경우 7∼8년후면 거리에 나앉게 됩니다. 마약에 중독되면 그 피해는 일차 가족에게 돌아갑니다. 그 다음이 친척, 가까운 친지들입니다. 피해를 끼칠 대로 끼친 다음 가출해 중독자끼리 모이게 됩니다. 마지막 단계는 홈리스가 되는 거죠. 가출해 모여 있는 한인 중독자는 홈리스에 비해 엄청나게 많습니다. 타운에 마약이 만연되기 시작한 게 90년대 초니까 앞으로 한인 홈리스 인구는 크게 는다고 보아야 됩니다" 마약퇴치운동 일선 관계자의 말이다.

이들은 타운 경제를 바라보는 시각도 다르다. 마약이 미치는 심각한 부작용이 흔히 간과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미국내 입원 환자의 30%가 마약 환자이고 마약관련 의료비만 연간 2,500억달러 이상이 소모된다. 남가주 지역의 한인 인구를 미전체 인구의 0.2%(50여만)로 보고 이 비율을 대입 시킬때 한인 커뮤니티의 마약 부담관련 비용도 만만치 않다는 게 이들의 계산이다.

거기다가 마약 구입에 직접 들어가는 돈, 마약관련 범죄, 또 거기서 파생된 경제적 손실등 비용을 모두 합치면 ‘그 부담은 실로 엄청나다’는 말밖에 안나온다는 것이다. 그러니 이런 현실에서 타운 경제가 건강을 유지 할 것이라는 기대가 당초 무리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문제는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 마약은 정신의 황폐화를 가져와 한번 마약에 물들면 이민자 특유의 개척정신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마약은 사탄의 마지막 무기’로 인간의 혼과 인격까지 파괴 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인의 마약관련 범죄가 날로 늘고 있다는 보도다. 그것도 단순히 마약을 사다가 걸린 게 아니라 전문적인 마약밀매·제조에 나섰다가 체포되는 한인이 한달에 40여명에 이른다는 이야기다. 끔찍한 전망이 맞아 떨어지는 것 같아 어쩐지 불길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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