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록 남기는 한인 사회가 되자

2001-02-0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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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이민사 재조명 작업이 시작되었다. 최초의 한인 이민선이 하와이 호놀룰루에 도착한 게 1903년 1월13일. 한인 이민 100주를 눈 앞에 두고 이민사 총정리 작업이 LA를 비롯해 하와이, 뉴욕 등 미전역에서 전개되고 있다.

이를 위해 LA 한인사회에서도 ‘미주이민 100주년 사업회’가 발족돼 이민 100주년이 되는 오는 2003년 1월까지 초기 이민자료 수집에서 전시회 개최, 이민 100년사 발간, 학술회, 뿌리교육, 기념관 건립등 모두 13개 프로젝트의 장·단기 사업을 펼쳐 나간다. LA지역 기념사업회는 그 일환으로 1900년대 초기 한인 이민의 정착지로 알려진 덴버를 방문해 독립운동을 위해 힘썼던 선열들의 족적을 찾고, 또 이민 초기 많은 한인이 희생된 탄광사고 진상을 조사하기 위한 답사활동도 벌였다.

한인 이민사를 총정리 해 이를 기록으로 남기고 보존하는 사업은 진작 추진되었어야 하는 사업이다. 한인 이민사의 총정리는 바로 ‘코리안-아메리칸의 뿌리’를 찾는 사업이다. 동시에 다민족 사회, 미국에서 ‘한인의 정체성’(identity)을 확립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이 사업은 또 한국 근대사의 주요 부문을 차지하는 해외 한민족 연구에 중요 사료를 제공하는 역사적 작업이다. 이같은 역사적 중요성 때문에 이 사업은 한인 사회가 1세에서 2세로 넘어가는 현 시점과 관련해 더 이상 늦추어서는 안되는 전 커뮤니티적 과제가 되고 있다.


한인 이민사 총정리 사업은 이런 의미에서 볼 때 전 커뮤니티적 차원에서 추진 되어야 한다. 9인 실행위원으로 구성된 LA지역 기념사업회가 앞으로 실행위원 수를 대폭 늘여 한인 사회의 각계 각층을 망라한 100인 위원회로 확대한다는 방침은 전 커뮤니티적 참여가 요망된다는 점에서 올바른 방향 설정으로 보인다. 또 이 사업에는 한인 커뮤니티는 물론이고 한국정부도 당연히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번 사업과 겸해 한가지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다. 한인 사회가 ‘기록을 남기고 보존하는 사회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한인 사회는 통계가 없는 사회다. 정확한 인구는 물론이고 현재의 생활상을 알려주는 아무런 수치적 바탕이 없다. 기록의 보존은 더군다나 기대 할 수 없다. 변변한 이민 박물관도 없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기록이 없는 사회는 문화 유산이 없는 사회다. 결국은 그 존재도 잊혀지는 사회다. 초기 이민시대 선조들의 삶은 물론이고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 등을 생생히 기록하고 보존해 후손에게 남겨주는 작업은 바로 1세의 몫이고 그 자체가 바로 값진 유산이다. 전 커뮤니티가 참여해 귀중한 유산을 후대에 남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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