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運)이라는 게 과연 존재할까. 미국의 대통령이 되는 사람들을 보면 운이라는 게 있는 것 같이 보인다. 제 43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조지 W 부시의 경우가 그렇다.
만일에 동생이 플로리다 주지사가 아니였으면 어떻게 됐을까. 의회가 민주당 다수였으면. 연방대법관중 한 명만 등을 돌렸으면. 또… 하나만 삐끗해도 상황이 달라질 수 있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부시의 대통령 당선은 ‘천운’이라는 생각도 든다.
운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전기 작가로 유명한 랜스 모로우가 ‘지도자의 운’에 대해 내놓은 나름의 독특한 이론은 이런 점에서 흥미를 끈다. 그에 따르면 운이라는 것은 자신의 노력으로 만들어 지는 것과 타고 나는 것이 있는데 ‘행운이 따르는 지도자의 뒤에는 아낌없이 사랑을 쏟는 강한 어머니가 반드시 있었다’는 것이다.
레이건과 클린턴 대통령이 그 좋은 예다. 이 두 대통령은 모두 출신 배경이 신통치 못하다.이 둘은 그러나 무난히 정상에 오르고 거기다가 두 임기를 성공적으로 마친 ‘행운의 대통령’으로 평가된다. 이 두 대통령의 성장 과정을 살펴보면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 어려운 환경에도 불구하고 항상 밝고 명랑하며, 아들에게 끊임없이 사랑을 쏟아 붓는 강한 어머니가 있었다는 사실이다.
닉슨과 존슨 대통령도 출신 배경이 보잘 것 없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나 정반대 의미의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닉슨이나 존슨은 정치적 자질면에서는 한국식으로 표현해 ‘9단’으로 평가되는 인물이다. 이들은 능력을 바탕으로 정상에 올랐으나 둘 다 ‘불운한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게된 것이다. 이들이 지닌 또 다른 공통점은 어려운 현실에서 좌절해 어두운 성격을 지닌 어머니를 두었고 그 결과 어머니의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한 성장 과정이다.
프랭클린 루즈벨트는 명문에, 아주 유복한 환경에서 어머니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자랐다. 이런 환경에서 자란 루즈벨트이므로 미국이 맞은 두 차례 최악의 암흑기, 대공황과 2차세계대전을 극복해 낸 것인지도 모른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말하자면 행복한 사람이 행복을 나눠주는 것처럼 어머니의 지극한 보살핌 가운데 남을 돕는 환경에서 어린 시절을 지냈기 때문에 두려움 없이 위기에 직면해 많은 사람에게 용기를 불어 넣어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제43대 미대통령 취임식 날 귀빈석에 앉은 여러 여인중 가장 관심을 많이 끈 사람은 바바라 부시였다. 생전에 남편과 아들이 대통령이 되는 것을 직접 지켜본 유일한 여성이기 때문이다. (2대 대통령 존 애덤스의 부인은 아들이 6대 대통령에 취임하기전에 사망했다)
따뜻하고, 유머가 있고, 솔직하면서도 강한 어머니의 이미지로 많은 미국인의 사랑을 받고 있는 바바라다. 이런 바바라가 어떤 심정으로 아들의 대통령 취임을 바라보았을까. 대통령 아들의 앞날에 행운만 깃들기를 기원하는 심정이었는지 모른다. 어쨋거나 많은 미국인의 사랑을 받는 바바라는 아들 조지 W에게 있어 귀중한 정치적 자산임에는 틀림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