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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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입국자의 선택

2000-12-18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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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민법

▶ 김성환 변호사

올해 갓 스물이 된 0양은 한국에서 전문대학을 나왔다. 학교를 졸업했지만 일자리를 찾는 것은 정말 장난이 아니었다. 취업. 그것은 한 마디로 하늘의 별 따기였다. 그런 O양에게 미국에서는 기업들이 사람을 구하지 못해 애를 먹는다는 다소 과장된 신문기사는 큰 자극이 되었다. 미국에 대한 동경은 곧 절박한 갈망으로 발전했다. 그러나 그녀에게 미국 행은 결코 쉬운 것이 아니었다. 직업과 소득이 확실치 않다는 이유로 방문비자마저 나오지 않았던 것이다. 자신의 꿈이 일순에 물거품이 되는 듯해 눈앞이 캄캄했던 O양의 눈에 미국 입국을 도와준다는 광고가 들어 왔다. 이렇게 해서 선이 닿은 브로커 조직을 통해 0양은 캐나다를 거쳐 마침내 시애틀에 도착했다. 브로커들의 잇속과 밀입국 희망자의 불안정한 심리가 맞물려 날이 갈수록 O양이 늘고 있다. 이들 밀입국자에게 어떤 미래가 기다리고 있는가?

-0양의 목표는 당연히 미국에서 적법한 신분을 얻는 길을 찾는 것이다. 어떤 방법이 있는가?


▲현재로서는 아무 방법이 없다. 왜냐하면 미국 내에서 영주권을 얻기 위해서는 입국 당시 어떤 형태든지 출입국 검사를 거쳐야 한다. 그런데 밀입국자는 이런 절차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취업을 통해서든지 가족 케이스를 통해서든지 미국 내에서 영주권을 얻을 수 없다.

-이른 바 이민법 245(i)가 부활해도 O양의 구제 받을 수 없다는 뜻인가?

▲이민법 245(i)는 현재 실시가 중단된 조항이다. 이 조항은 1998년 1월14일 이전에 접수된 이민 케이스와 노동허가 신청 케이스에 적용된다. 그 골자는 설사 밀입국자를 포함한 불법체류자라고 하더라도 1,000달러의 벌금을 물면 미국 내에서 영주권 수속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는 것이다. 이 조항은 지금 사문화되었으나 부활 가능성이 없지 않다. 만약 이민법 245(i)가 부활한다면 0양도 구제 받을 수 있다. 왜냐 하면 이민법 245(i)는 설사 입국심사를 거치지 않는 밀입국자에게도 미국 내에서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O양은 미국 시민권자와 결혼을 하면 영주권을 취득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0양이 이 방법으로 영주권을 취득할 수 있는가?

▲0양은 미국인과 결혼한다고 하더라도 미국 내에서 영주권을 받을 수 없다. 미국 시민권자와 결혼을 해 시민권을 얻기 위해서는 반드시 입국심사를 거처야 한다. 입국심사를 거치지 않는 사람은 설사 미국 시민권자와 결혼을 하더라도 미국 내에서 영주권을 받을 수 없다. 어떤 사람이 입국심사를 받았느냐 받지 않았느냐는 I-94폼을 받았느냐 아니냐가 그 기준이 된다고 이해하면 대체로 맞다.

-사면이 15년에 한번 꼴로 있다고 들었다. 0양도 사면에 희망을 걸 수 있는가?

▲사면이 있다면 구제 받을 수 있다. 현행 사면법안은 1972년 1월1일 이전 입국자가 그 대상자이다. 그리고 지금 의회에 상정된 사면안은 86년 이전 입국자가 그 대상이다. 따라서 이 사면안이 통과된다고 해도, 그 다음 사면안은 언제 입안될지 지금으로서는 아무도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사면안의 단서는 미국 내에서 계속 거주해야 한다는 것이다.

-O양에게 열린 또 다른 가능성은 무엇인가?

한두 가지 방법이 더 있다. 첫번째 방법은 추방취소이다. 이 추방취소의 혜택을 받으려면 먼저 O양이 시민권자나 영주권자와 결혼해 정상적인 삶을 살아가야 한다. 그리고 10년 동안 미국에서 계속 살아야 하며 그동안 범법행위를 하지 않아야 한다. 뿐만 아니라 O양의 추방이 이 시민권자나 영주권자 배우자나 자녀의 삶에 큰짐이 된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방법은 사실 저절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추방심사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만큼 추방의 위험을 안고 시도할 수 있는 방법이다.

또 다른 방법은 연방 상원의원이나 하원의원을 통해 개별적으로 구제 받을 수 있는 특별법(Private Bill)을 만들어 줄 것을 요청해 보는 방법이다. 그러나 이 방법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상원의원이나 하원의원이 특별법안을 상정해 줄 특별한 사유가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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