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교인들과 에티켓

2000-11-0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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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에서 기도드리는 것은 있을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큰 소리로 몇분동안 기도드린다면 그것은 에티켓에 어긋난다고 본다. 식사기도란 고개를 숙여 잠깐 마음속으로 감사하는 뜻을 표하는 것이 가장 보기좋고 몇사람이 함께가서 기도를 꼭 드려야 할 경우에는 좀 목소리를 낮출 일이다.

어느 동료기자로부터 들은 이야기다. 취재 상대방이 교회장로 되시는 분이었던 모양이다. 인터뷰를 끝낸후 미국식당에서 점심을 함께 하게되었는데 그 장로가 너무나 큰 소리로 오랫동안 기도하는 바람에 무안해서 혼났다고 한다. 식당에 앉아있는 미국인들이 다 쳐다보더라는 것이다. 진땀을 흘렸다고 했다. 식사초대는 좋으나 상대방에게 부담감을 주는 것은 곤란하다.

식당에서 큰 소리로 기도하는 것도 고려해야할 일이지만 여러사람이 찬송가를 부르는 것은 좀 심하다. 몇달전 어느 뷔페식당에서 교인들 10여명이 간단한 기도를 올린후 찬송가 부르는 것을 목격한 적이 있다. 구석자리에 자리잡고 조심스럽게 작은 목소리로 불렀지만 다른 손님들에게는 거북하게 느껴지는 일이다. 식당에서 꼭 찬송가를 불러야 하는가.


최근 어느 독자에게서 온천장의 해프닝에 대해 불평하는 전화가 걸려왔다. 교회에서 단체로 온천장에 여행왔는데 별실에서 새벽예배를 드리는 것 까지는 이해를 하겠는데 찬송을 불러 그모텔에 투숙한 사람들이 모두 잠을 깼다는 것이다. 자신도 잠이 깬 손님중의 한명인데 다시 잠자려고 잠을 청했으나 잠이 오지않아 돌아오는 장거리 운전에서 피곤이 겹쳐 지장이 많았다고 한다.

식당이나 온천장은 그렇다치고 병원에 교인들이 단체로 몰려가 찬송가 부르는 것은 정말 한번 생각해볼 일이다. 최근 뉴욕의 어느 큰 병원에서 한인방문객들의 찬송가와 합심기도가 말썽이된 적이 있다.

환자들은 신경이 예민하다. 조그만 일에도 화내기 쉬운 법이다. 한인방문객들의 큰 소리 예배에 상을 찡그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뉴욕퀸즈병원의 당국자는 "한인방문객들이 환자들에게 한국음식을 만들어 갖다주는데 음식냄새 때문에 환자들이 불평하니 삼가해달라"고 당부한 적이 있다. 병원 음식을 마음 안들어하는 노인들에게 곰국이니 김치들을 갖다주는 예가 많은데 이문제 때문에 한인방문객과 병원직원 사이에 마찰이 빈번했던 모양이다.

한인 크리스찬들의 신앙이 뜨거운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그 신앙이 사회가 요구하는 에티켓을 너무 무시하는 것이어서는 곤란하다. 교회에서 에티켓 프로그램도 마련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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