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클린턴이 북한을 방문하면 안되는 이유

2000-11-02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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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시각

▶ <짐 맨, LA타임스 칼럼>

임기말 대통령이 졸속한 북한방문을 계획한다는 것은 클린턴 자신에게는 좋을지 몰라도 미국의 국익차원에서는 좋을 것이 없다. 클린턴은 이미 베트남과 브루네이 방문을 하기로 예정돼 있기 때문에 여기에 북한을 추가시킨다면 자신의 대통령 재임기간 이룩한 업적에 대한 홍보효과로는 두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게다가 미사일협상에 대한 서명이라도 마치고 김정일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는다면 아시아에 냉전종식을 가져왔다는 공적을 인정받게 될 것이 틀림없다.
그러나 클린턴의 북한방문은 다음 세가지 이유에서 미국국익에 저해된다.

첫째, 사상처음으로 이루어지는 미국대통령의 북한방문은 결코 임기말 레임덕 대통령이 수행해도 좋을 일이 아니다. 과거 닉슨이 중국을 방문했던 것은 재선을 앞둔 시기였다. 성공하면 물론 자신의 재선캠페인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실패했다면 치명타를 입을 가능성도 있었다. 그만큼 책임감이 수반됐다는 의미다. 그러나 임기를 다마친 클린턴의 북한방문에는 아무런 책임감이 없다.
만약 조지 W. 부시가 차기대통령에 당선되면 대북한정책은 현저히 달라질 것이 분명하다. 클린턴이 북한과 맺은 협의도 전면수정이 불가피하다. 고어가 차기대통령에 당선된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앞으로 4년간 대북한정책을 결정할 사람이 클린턴이 아닌 고어라는 점에서 클린턴이 나설 일이 아니다.
만약 차기대통령이 첫아시아 순방길에 북한을 들린다면 그렇지 않겠지만 올브라이트장관의 방북에 곧이어 클린턴이 북한을 방문한다면 북한의 김정일에게 자신이 마치 세계의 중심인물이 된 것으로 착각을 하게 만들수도 있다.

둘째, 올브라이트의 북한방문 시점과 너무 가깝다. 클린턴이 지금 북한을 방문 한다면 마치 ‘미국이 북한으로부터 한개의 값을 받고 두개를 내주는 헐값의 외교’를 하는 인상을 줄 수 있다.

셋째, 클린턴의 북한방문 자체가 불필요하다. 만약 미사일협정이 맺어질 수 있다고 해도 이는 올브라이트나 새뮤엘 R. 버거 안보담당보좌관을 보내면 될 수 있는 일이다. 클린턴 진영에서는 북한방문 반대 여론을 공화당진영의 질투쯤으로 넘겨버리려고 하는데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클린턴의 북한방문과 닉슨의 중국방문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닉슨은 헨리 키신저국무장관이 두차례 방문하고 알렉산더 헤이그 차관이 한차례 방문함으로써 어느정도 해빙무드를 조성해 놓은 다음에야 중국을 방문했었다. 이번에는 올브라이트의 방문자체가 졸속하게 이루어진 감이 있다. 올브라이트가 북한에서 대규모 군사행진을 참관하는 사진은 보기에 좋지 않았다. 과거 모스크바나 프라하를 방문했을 때 그랬던 적은 없다. 유럽의 독재는 안되고 아시아국가의 독재는 무방하다는 것인가. 미사일 문제도 너무 졸속히 추진하다보면 그르치게될 위험이 크다. 만약 그렇게 되면 지난번 캠프 데이빗 중동협상처럼 오히려 클린턴의 실패작으로 남게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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