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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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막판의‘네이더 돌풍’

2000-11-01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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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

“30년전에는 그 사람 말을 아무도 믿지 않았어요. 우리 부모세대에게 그 사람은 사사건건 말썽만 일으키는 문제 인물이었지요. 대학생이나 히피들은 아이디어가 신선하다며 그를 좋아했어요”

50대 초반 베이비붐세대의 한 백인여성이 대통령 선거 막판에 ‘요주의 인물’로 부상한 랄프 네이더를 평했다. 녹색당 대선후보 네이더는 한마디로 소비자·시민 풀뿌리 운동가.

“정부나 대기업으로부터 소시민을 보호해야 한다, 환경을 지켜야 한다는 말들이 60년대, 70년대에는 전혀 먹혀들지 않았아요. 그런 게 왜 문제가 되는 지 아는 사람이 별로 없었지요. 그런데 이제는 소비자 보호, 환경보호 같은 그의 주제들이 주류사회 이슈가 되었어요. 그만큼 대중적 기반이 넓어져서 이번 선거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 것 아닐까요?”


민주당인 이 여성은 11월7일 선거에서 알 고어에게 표를 던지기는 하겠지만 네이더의 주장중 많은 부분에 동의한다고 했다.

민주당과 네이더. 특히 민주당 진보파와 네이더 진영은 같은 뿌리의 콩깍지 같은 사이다. 60년대 자유 진보주의 물결에 사상적 근원을 두고 있어 20, 30년 전으로 올라가면 서로 친구이거나 같이 일했던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그 옛날 동지, 친구들이 이번 선거를 계기로 완전히 등을 돌리게 되고 말았다. 이번 대선이 너무 접전이다 보니 네이더에게 표를 던지는 것이 부시에게 표를 주는 결과를 낳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잖아도 마음 먹은대로 선거가 풀리지 않아 답답한 고어진영으로서는 네이더에게로 빠져나가는 진보파 표에 신경이 곤두설수밖에 없다. 선거 며칠을 남기고 유권자들에게 ‘한표’ 호소하기도 바쁜 중에 네이더 비난에 힘을 쪼개느라 민주당이 총력을 집중했다. 글로리아 스타이넘, 제시 잭슨 등이 네이더 표 막기에 나섰고, 민주당원들은 돌아가며 네이더 사무실에 전화를 걸어 회유도 하고 협박도 하고있다.

“고어가 부시에게 아슬아슬하게 진다면 그 원망을 어찌 감당하려고 하느냐. 부시가 당선되면 연방대법원이 우익 손으로 떨어지게 될텐데 역사가 훗날 이런 사태를 어떻게 평가하겠는가. 대선에서 물러나 고어를 지지하라”
반면 공화당으로 보면 네이더는 생각도 못한 떡. 요즘 TV를 보면 네이더가 ‘고어가 이런이런 약속을 어겼다’며 공격하는 정치광고가 나오는데 네이더는 전혀 모르는 일이다. 공화당에서 돈을 대서 나오는 광고이기 때문이다.

‘네이더 변수’를 둘러싼 신경전에도 불구, 정작 네이더 본인은 느긋한 자세. 어차피 ‘백악관’을 노리는 것은 아닌 네이더는 “민주·공화 모두 부패했다. 새로운 정치운동이 필요하다”며 이상론을 펴고 있다. 또 다시 풀뿌리 운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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