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진돗개 분양 남발말아야

2000-10-31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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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현진<노스리지>

얼마전 한인타운을 지나다가 한 홈리스 사람이 개를 끌고 다니는 것을 보게됐다. 자세히 보니 아무래도 한국의 진돗개 종자 같았다. 귀가 쫑긋하게 섰고 꼬리는 말렸고 색깔은 황색에 얼굴 모양도 영락없는 진돗개였다. 그 광경을 쳐다보면서 저 진돗개는 무슨 팔자여서 먼 미국으로 이민와 거지 주인을 만나게 됐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인타운을 지나다보면 그런데 나돌아다니는 진돗개가 한두마리가 아니다. 한번은 교통이 혼잡한 아침 출근시간인데 서너마리의 잡종견들이 길을 마구 건너다녀 차들이 모두 멈춰 서는 난리가 났다. 그 개들중 두 마리 정도는 진돗개와 피가 섞인 잡종견 같았다.

이 진돗개 잡종견들은 사람들이 돌보아준지 오래된 것 같았다. 아마 집에서 나와 길거리를 떠돌아 다니는 것 같았다. 털빛이 바랬고 영양상태가 몹시 안좋아 보였다.


한인타운 뿐 아니라 한인들이 많이 몰려살고 있는 지역을 지나노라면 제멋대로 길거리에서 방황하는 진돗개를 자주 보게 된다. 또 동물보호소에 가도 영어로 Jindo로 표시된 개들을 흔히 볼 수가 있다. 한국의 토산종인 진돗개가 그만큼 많이 퍼졌다는 증거다.

그런데 한국의 대표적 품종인 진돗개들이 무분별하게 사육되고 마구 버려지는 것같아 안타깝다. 좋은 개는 만들어지는 것이다. 주인이 정성을 들여 키우고 또 좋은 종자만 골라 교배를 시켜 그 품종을 유지시켜야 좋은 개가 되는 것이다.

아키타견등 일본을 대표하는 개들은 이미 미국에서도 그 품종을 인정받고 있고 미국인들이 애호하는 품종이 됐다. 그 품종을 잘 보호 육성하고 올바르게 분양한 탓이라고 믿는다.

진돗개는 너무 마구 분양되는 것 같다. 그러다보니까 잡종견도 많이 생긴다.

엉터리 잡종 진돗개가 많다보니 잡종을 순종으로 잘 못알고 키우다가 실망해 개를 버리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또 제대로 관리를 안 해주니까 사나워지고 길거리로 뛰쳐나와 결국은 거리의 공해가 되는 지경에 이르는 것 같다.

개를 사육하려면 어린이를 입양해 키우는 정성이 필요하다. 그 정도로 정성을 쏟아야 좋은 개로 키워지고 가족의 일원이 되는 것이다. 한국의 자랑인 진돗개를 잡종견으로 만들어서는 안된다. 진돗개를 제대로 보호 육성해야 된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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