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음악회장에서 짜증나는 일들

2000-10-31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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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생각

▶ 이유선<음악가>

비단 음악뿐은 아니지만 특히 음악은 정신의 양식이다. 사람은 빵으로만 살지 못하고 문화예술에서 흐르는 주스를 마셔야 산다.

고달픈 이민생활에서 피로를 감소시키는 많은 방법중의 하나는 음악감상이라 하겠다. 최근 이곳 한인들의 생활이 많이 안정되었고 따라서 음악 연주회의 횟수가 점차 증가되고 있는 일은 좋은 현상이다.

즐겁고 감동의 체온이 피로를 해소시키는 음악연주회에 참석해 보면 때로 오히려 정신적 피로를 안게되는 경우가 있다. 일전 ‘배재코랄’의 성숙되고 자리잡힌 좋은 연주회장에서 예술의 향취를 끊고 짜증과 스트레스를 불러일으킨 사례가 있었다. 매곡마다 끝나는 순간 별안간 앞줄에 앉은 멀쩡한 신사가 외치는 ‘브라보’소리가 연주회가 끝나는 시간까지 중단되지 않았다.


또 한가지 맘에 들지 않는 문제점이 있는데 이 역시 점차 시정되었으면 한다. 연주회장에 스포츠셔츠 차림으로 막노동을 마친 외양으로 참석한다는 것은 예술과 예술인에 대한 인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페라공연에 가보면 신사들은 예복으로 정장을 하고 숙녀들은 화사한 의상을 착용하고 감상하는 태도는 마땅히 배워야 할 일이지만 우리는 거기까지는 못간다해도 노타이와 스포츠셔츠 차림만은 지양해야 할일이 아닌가 생각된다. 심지어 경건한 주일 예배에도 노타이, 스포츠 셔츠 차림으로 참여하는 것은 일고할 일이라고 본다. 무더운 여름철이라면 몰라도.

또 연주곡이 연속 연주될 때는 마지막곡 끝에서 한꺼번에 박수를 치는 것이 좋을텐데 매곡마다 박수치는 것도 한번 생각할 만한 문젯거리다.

또한가지, 우리 사회에 저렴한 대관료의 연주회장이 하나도 없다는 것은 서글픈 일이다. 큰 기업가들이 있지만 이러한 문제에 기여하는 기업가가 없다. 심지어 한국교회들도 고가의 대 관료를 받는 것이 현실이다. 가난한 연주가들이 편하게 연주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독지가들의 규합이 급선무의 하나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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