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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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말해 줍니다"

2000-10-31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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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풀리는 게 달라요. 야당쪽에 돈이 더 돌아요. 그때 직감했죠. 이번 선거는 졌다고 말입니다." 4년전 당시 여당의 공천을 받아 한국 총선에 출마했다가 고배를 마신 사람의 이야기다. 한국의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첫 번째가 지방색. 그 다음은 자금력이라는 건 다 알려진 이야기다.
미국의 선거도 큰 차이가 없다. "미국 선거의 황금률은 바로 황금이다" 돈이 말해 주는 선거풍토를 빗대서 나온 말이다. 올 미국의 대선은 여러 가지 기록을 잉태한 선거로 꼽히고 있다. 그 예상되는 기록의 하나는 역대 어느 선거보다 돈이 가장 많이 드는 선거가 된다는 것이다.

미국의 선거자금은 출마후보 개인이 모금하는 정치헌금과 ‘소프트 머니’로 불리는 정치헌금 두가지로 대별된다. 개인명의의 정치헌금은 1인당 헌금액이 제한돼 있는 반면 정당의 이름 내지 특정 아젠다를 위한 이름으로 거두어지는 정치헌금, 즉 소프트 머니는 사실에 있어 제한이 없다.

공화, 민주 양당이 노리고 있는 게 바로 이 소프트 머니로 연방하원 민주당 캠페인 위원회의 경우 올 선거시즌 거두어들인 소프트 머니는 지난 96년에 비해 무려 7배에 이르고 있다. 공화당 역시 조금도 뒤지지 않고 있어 연방하원의원 선거전은 그 어느 때보다 돈이 말해 주는 선거가 되고 있다는 소식.


연방상원 선거전은 더 노골적 돈 싸움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은 아예 민주당 취약지구에 억만장자 출신 후보들을 일제히 투입, 다수 의석을 탈환한다는 계획이다. 뉴저지주 민주당 상원의원 후보인 존 코자인이 그 대표적 케이스. 그는 4억여달러의 개인 재산에서 이미 5,000만달러를 방출, 여차직하면 더 쏟아부을 태세다.

돈이 넘치고 흘러내리는 선거는 뭐니뭐니 해도 대통령 선거다. 올 대선에 쏟아진 돈은 줄잡아 25억달러를 넘어선지 이미 오래로 4년 전의 21억달러를 훨씬 웃돌고 있다. 대통령 후보 개인이 거두어들인 정치헌금도 역시 사상 기록으로 조지 W.의 경우 무려 1억달러로 추정된다. 고어도 당초의 목표 5,000만달러 기금모금을 이미 초과 달성한 상태여서 2000년 대선은 무제한의 물량 소모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나저나 미국의 기업들은 오로지 미국의 민주주의 유지 발전을 위해 이토록 거금을 내놓고 있을까. 천만의 말씀이다. 이권이라는 반대급부를 노리고 투자하고 있는 것이다. "백악관은 기업의 포로다. 그러므로 고어든, 조지 W.든 누가 이겨도 포로가 되기는 마찬가지다" 제3의 녹색당 대선 후보 랄프 네이더의 말이다. 오직 돈이 말해주는 선거. 이것도 일종의 세계화 현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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