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지엥(Parisien)’은 멋의 화신, ‘런더너(Londoner)’는 까다로운 레이디 앤드 젠틀맨, ‘뉴요커(New Yorker)’는 매정한 코스모폴리탄, 그리고 ‘앤젤리노(Angelino)’는 천방지축 젊은이라고 한다. 각기 도시인들의 속성을 적절히 표현한 비유다. 그러고 보면 TV나 영화 속에서 컨버러블을 타고 해변가를 고속 질주하는 젊은이들이 나오면 당연히 LA를 떠올린다.
앤젤리노가 되기전 LA관광을 왔을 때도 대부분의 시간을 해변가에서 보냈다. 캘리포니아 하면 해변에 가야한다는 자의도 자의지만 한국에선 발레공연이다 클래식 연주회를 매니아처럼 찾아다니던 친구조차 5년 가까이 LA에서 살더니 데려가는 곳이 해변가 횟집이었다. 말이 안되는 이유였지만 문화생활에서 멀어지게 된건 단순히 주차비 때문이란다. 헐리웃 보울 10-12달러, 뮤직센터 7달러(발레파킹은 18달러), MOCA 7달러(15달러를 주면 8달러를 돌려 받는다), 게티센터 5달러 등 입장료만큼의 금액을 주차비로 지불하면 웬지 암표를 사서 들어가는 느낌이 든다나. 그 당시엔 핑계라고 생각했는데 앤젤리노 생활에 익숙해져가는 요즈음 2시간짜리 공연을 위해 호주머니에서 10달러를 꺼내 주차비 지불하는게 싫어서(?) 주말이면 해변가를 달리는 모습이 되어간다.
’이 모습이 앤젤리노’란 채워지지 않는 허기에 전전긍긍하다가 얼마전 LA카운티 박물관에서 개막된 ‘메이드 인 캘리포니아: 1900-2000’을 감상할 기회가 생겼다. ‘캘리포니아 대중문화를 구성하는 자동차와 해변’이란 주제의 제4실을 접하면서 해변가를 찾는 모습이 앤젤리노가 되어 가는 과정이란 생각을 해봤다. 1960년대 미전역에서 가장 자동차가 많았고 개솔린 소비량이 최대였던 지역답게 제4실의 캘리포니아 예술작품에는 해변으로 향하는 자동차가 커다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하루종일 전시실 4곳을 돌며 느꼈던 충족감과 다음달 12일 오픈될 제5실 다인종, 다문화의 영향으로 급변한 캘리포니아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고 어김없이 해변가로 향한다. 이 전시회만큼은 입장료와 주차비가 절대로 아깝지 않다. 이번 주말 캘리포니아 1백년사를 담은 예술작품을 감상하면서 진정한 앤젤리노 되기를 시도해보는게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