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자녀를 위해서는

2000-10-28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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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이 특수교육

▶ 김은애<소셜워커>

미국은 사회복지제도가 잘 되어있는 나라다. 특히 어린이들이 받을 수 있는 하나의 좋은 혜택 중 유치원에 들어가기 전에 언어장애나 정서불안, 신체발달 등 자기 나이에 비해 뒤지는 아이들을 평가해주고 교육시켜주는 프로그램이 있다. 1975년부터 법적으로 모든 어린이들이 동등하게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교육 프로그램이다.

미국부모들은 이런 교육혜택에 매우 개방돼 있고 자녀들에게 필요한 교육이나 치료를 위해서 매우 적극적이다. 반면에 한국부모들은 이런 특수교육에 거부반응을 보인다. 아마 이런 태도는 한국에서 장애자들을 보는 냉담한 시선에 대한 예민한 반응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교육을 받을 대상이 되도 서비스를 거부하고 조금만 더 크면 좋아지겠지 하고 그냥 있다가 더 악화되는 경우도 많이 있다.

누구에게도 그 자신의 장애와 결점을 극복하고 긍정적인 삶을 사는 모습만큼 감동적인 것은 없다고 본다. 많은 한국아이들의 케이스는 지능면에서는 아무런 부족함이 없지만 언어에서 자기 나이에 비해 쓰는 단어가 매우 적다거나 문장을 아직 만들지 못하거나 발음이 나빠서 언어소통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 어느 부모는 아이를 집에서 영어만 쓰게 했는데 엄마나 아빠의 영어발음이 좋지 않아서 4살이 됐는데도 다른 사람들이 무슨 얘기를 하는지 이해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아마도 이런 프로그램을 받지 않으려는 이유는 아이가 나중에 피해를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서, 아니면 부모의 체면을 먼저 생각해서일 것이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의 목적은 어려서부터 교육이 필요하면 빨리 받아서 학교 나이쯤에 가서는 정상적으로 자기 나이 또래 학생들을 따라갈 수 있도록 해주기 위한 것이다.

그리고 언어는 우리가 사회생활을 하는데 필수적이기 때문에 뒤지기 시작하면 아이들의 성격형성이나 자기 자신에 대한 자신감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그렇게 되면 크면서 성격이나 행동면에서 좋지 않은 결과가 있을 가능성도 많다.

우리도 미국인의 한 사람으로서 우리가 갖고 있는 생각을 개방하고 자녀를 위해서는 나의 체면이나 신분보다는 그대로를 받아들일 수 있는 그런 여유로움이 필요한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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