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조 토리감독의 용병술

2000-10-28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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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이 내 작전지시에 동의해주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내 작전지시를 존중해주기를 바랄 뿐이다"
"경기에 이기고 지는 것보다는 최선을 다하느냐 않느냐가 중요하다"
"다른사람이 너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아니라 네가 너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문제다"
"우리팀은 최고의 선수들이 모인 것은 아니지만 최고의 팀인 것은 분명하다"

월드시리즈를 3연패한 양키스호의 선장 조 토리의 우승소감에서 발췌한 이 말들은 비단 야구감독 뿐 아니라 남을 지휘하는 위치에 있는 이들이 취해야할 마음가짐에 대해 일깨워 주고있다.

토리감독의 용병술의 특징은 선수들을 철저히 믿어준다는데 있다. 토리감독은 정규시즌 막판 2할내외의 타율로 부진했던 37세 노장 폴 오닐을 플레이오프에서 주전으로 기용했고 월드시리즈에서 22타석 무안타의 부진을 보인 외야수 버니 윌리엄스를 5차전에 4번타자로 내세웠다. 오닐은 이번 시리즈에서 4할7푼4리의 맹타를 휘둘렀고 윌리엄스는 5차전에서 슬럼프를 깨고 홈런등 3타수2안타에 포볼을 뽑아냈다.


그러나 토리감독은 일단 결정을 내리면 주위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밀고나간다. 이번 시리즈 3차전, 5회말 2사후 주자없이 3대2로 양키스가 리드하고 있는 상황에서 앞서 홈런을 기록했던 강타자 마이크 피아자가 타석에 나오자 선발투수 데니 네글을 강판시키고 데이빗 콘을 투입해 잡아냈던 것은 그의 용병술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한타자만 더 잡아내면 네글이 승리투수가 될 수 있었고 설령 피아자에게 홈런을 허용한다고해도 3대3 동점이 될 뿐이었는데도 네글을 강판시킴으로써 전문가들도 놀랬다. 다른 감독이라면 아무리 승리가 급하다고 해도 선발투수를 강판시킬 상황이 아니었다.
5차전 9회초, 2사후 주자 1,2루의 위기를 맞았으나 선발 앨 라이터를 강판시키지 않고 계속 마운드를 맡기다가 패배를 자초한 메츠의 바비 발렌타인감독과는 좋은 대조가 된다.

올시즌 토리감독이 순탄하게 정상에 오른 것은 아니다. 96년 양키스 감독을 맡은후 금년까지 4차례나 월드챔피언에 올려놓은 토리감독이지만 양키스가 올시즌 마지막 18게임에서 3승15패를 기록하는 부진을 보이자 언론과 팬들로부터 십자포화를 받았다. 당시 상황으로는 양키스가 또다시 월드챔피언에 등극할 수 있으리라고 아무도 생각치 못했다. 월드시리즈 우승이 확정된후 토리감독이 "올해는 유독 힘들었던 시즌을 보냈다"며 눈물을 글썽였던 이면에는 그럴만한 사연이 있었던 셈이다.

지난해 전립선암 수술까지 받았던 그는 양키스와 300만달러 연봉에 내년까지 계약이 남아있다. 그가 올시즌을 끝으로 은퇴할 것이라는 설도 나돌고 있으나 거액의 연봉을 포기하고 조기은퇴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토리감독의 양키스가 내년 월드시리즈 4연패를 할 수 있을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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