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정신대 문제는 우리 민족의 문제

2000-10-26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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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의 전쟁범죄와 정신대 할머니

▶ 김영집

올해 한국과 타이완, 필리핀의 위안부들이 일본정부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한 가운데 지난 18일부터 25일까지 ‘정의를 위한 요청(QUEST FOR
JUSTICE)’이라는 제목으로 열린 한국 위안부 할머니들의 그림전시회는 일본
의 전쟁만행을 국제사회에 알리고, 이곳 한인사회에 조국애를 일깨우는 중
요한 행사였다.

지난 18일 LA 한인단체들이 주관하고 여러 아시아 아메리칸단체와 평화
단체들이 동참한 LA 일본 영사관 앞 시위는 이곳 언론들의 큰 주목을 받
았다. 또 LA 관음사가 후원해 로터스 갤러리에서 열린 그림 전시회도 그
곳에 참석한 많은 사람들에게 커다란 감명을 주었다. 개막식에서 한 참석자
는 ‘이 전시회는 일본인의 전쟁만행의 진실과 평화의 중요성을 미국에 사는
한인들에게 보여주는 귀중한 교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순덕 할머
니의 ‘못다 핀 꽃’ 이용녀 할머니의 ‘끌려가는 조선 처녀’등 ‘그림으로 보는 위안부 할머니의 삶과 애환’을 담은 전시회는 그들의 절절한 악몽과 분노를 표현해 우리들의 가슴을 슬픔과 분노로 물결치게 했다. 이 행사는 부끄럽게도 국내에 있을 때는 여러 이슈에 치어 크게 고민해 보지 못했던 위안부문제가 해외에 나와보니 정말 중요한 문제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해 주었다.

지금 한국의 정신대 할머니들은 일본정부의 공식사과와 배상을 위해 매주
수요일 주한 일본대사관앞에서 시위를 여는 10년째 계속된 투쟁을 하고있
다. 96년에는 유엔 인권위원회가 일본정부의 범죄를 공인하는 결의안을 채
택하고, 99년에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회에서 이른바 혼다결의안이라 불리
는 ‘제2차 세계대전 중 일본군이 저지른 전쟁범죄에 관한 결의안’이 만장일
치로 통과되기도 했다. 그리고 올해 워싱턴 D.C 연방법원에 일본정부를 상
대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강제로 끌려가 일본군의 성적 노예가 됐던 위안
부에 대한 배상을 요구하는 집단소송을 제기하는데 이르렀다.


그러나 아직 일본정부는 이에 대해 아무런 해결책을 내놓지 않으면서 틈
만 나면 독도소유권문제나 걸고 나오는 반이성적인 행태를 반복하고 있다.
이러한 일본의 오만한 태도는 정의와 평화를 요구하는 우리에게 보다 적극
적인 참여와 대응을 요청하고 있다. 이번의 집단 소송과 최근 남북화해협력
에 따른 북한의 위안부배상 문제에 대한 동참 가능성은 정신대 할머니들의
운동에 새로운 전환점을 열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에서 온 김순덕할머니와 이들을 돌보는 혜진스님은 이제 이곳 일정을
마치고 ‘나눔의 집’과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 주최로 12월 3일까지 시카고, 뉴욕, 필라델피아, 샌프란시스코와 카나다의 토론토에 걸치는 북미주 순회전시회를 잇따라 개최할 예정이라고 한다. 한국의 위안부 문제는 남의 문제가 결코 아니다. 그것은 우리 동포의 문제이자 우리 민족의 문제 더 나아가국제적 평화의 문제다. 이들에게 아낌없는 후원과 지지를 보내고, 일본의사죄를 요구하는 운동에 함께 동참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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