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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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들이여!

2000-10-26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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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하는 삶

▶ 여주영<본보 뉴욕지사 논설위원>

요즘 같은 세상에 아직도 한인들 중에는 남녀 성 차별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남성들이 여성들에게 함부로 말하거나 행동을 함으로써 여성들을 크게 실망시키고 있다. 시대는 갈수록 변하고 있는데 한인남성들은 여전히 구태의연한 사고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무지한 행동들을 서슴치 않고 있어 항변하는 여성들이 적지 않다.

이로 인해 요즘 여성 사회에서는 몰지각한 남성들 때문에 사기가 크게 저하된다는 말까지 대두되고 있다. 가정은 물론이거니와 공공장소, 심지어는 지도자급에 있는 인사들까지도 아무렇지도 않게 성 차별적인 말을 노골적으로 한다든지, 여성에 대해 으레껏 비하하는 말투나 행동을 당연시(?) 함으로써 여성들을 당혹스럽게 하거나 기분을 그르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인들이 많이 모인 어느 강연장에서의 이야기다. 가정문제를 주제로 한 연사가 하는 말이 “남녀 부부관계에 있어 문제가 생길 경우 서로가 잘 이해하고 지내되 가급적 여성이 양보하고.” 운운하며 그 다음은 “여성들이 왜, 좀 남편들 앞에서 아양도 떨고, 애교를 부리면 어떠냐”면서 덧붙여 말하기를 “그런 거 싫어할 남편이 어딨겠냐, 그렇게 하면 남편이 더 잘 해 줄 거고, 피곤도 풀리지 않겠느냐”고 했다. 물론 그의 말은 그럴 경우 남편이 좀 아내로부터 위로 받지 않겠느냐 하는 식의 거의 농담 반, 진담 반 조의 얘기였다. 2백 명 가까이 되는 한인이 모인 공공연한 장소에서. 그의 강연 후 자리에 있던 여성 중에는 이 날 수치감 때문에 몹시 당혹했다는 사람들이 꽤 여러 명 있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일부 한인남성들의 사고는 아직도 여성들에 대해 나이와 사회적 위치와 상관없이 무조건 이성 시 하려 드는, 그래서 상대방을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하는 의미로 대하는 점에서도 크게 부족함을 드러내고 있다. 이 점 또한 시대와 상관없이 여전히 제 자리 걸음을 걷고 있다. 한 예로 한 여류명사가 평소 잘 아는 두 남성사이를 화해시키기 위해 한쪽을 만나려고 하던 과정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그녀는 커피를 마시면서 잠깐 그 남성과 만나 얘기할 것을 제의했다. 그가 같은 모임에서 잘 아는 데다 나이도 고령이라 그녀는 어디서 만나든 부담 없어 약속을 하려고 했는데, 갑자기 그로부터 ‘딸과의 같은 날 약속을 잊었다’며 약속을 파기하는 연락을 받게 됐다. 그 후 그녀는 모임에서 그로부터 “남자와 여자가 다른 장소에서 만나는 걸 보면 남들이 이상하게 생각할 것 같아 그랬다”며 약속이 취소된 이유를 명확하게 듣게 됐다.

이 말을 듣고 그녀는 그만 놀라 그 뒤로는 그 노인을 모임에서 만나도 거의 모른 척 하고 지낸다고 한다. “적어도 리더 급의 사람이 그런 식의 사고를 갖고 있다면 어떻게 근접할 수 있겠느냐”며 자신을 인격적으로가 아닌 여자로 취급해 겨우 남녀 적인 관계 운운하는 것에 너무나 큰 충격을 받았다는 것이 그녀의 설명이다. ‘상상하기 어려운 수치감과 분노를 느꼈다”며 그는 “그런 사람이 만일 젊은 여성을 만났다면 무슨 짓을 못했겠느냐, 그의 주변이 의심스럽다”고 말한다. 이 여성의 강변을 과연 남성들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우리 사회는 실제로 그런 의식을 가진 남성들이 많은 게 사실이다. 공식적인 이슈를 다루는 과정에서 만일 상대방이 그런 생각을 한다면 이는 분명 그 옛날 태고적의 ‘남녀 칠세 부동석’을 강조하던 구 시대적 사고이다.
여성은 무조건 남성 밑에 있어야 한다거나, 전근대적 사고로 여성을 아직도 남성의 전유물이나 노리개인양 여기는 남성들이 있다면 이는 지양돼야 할 일이다. 클린턴 대통령의 부인 힐러리 여사가 당당히 독립해 상원직에 출마하고, 여성인 매릴린 울브라이트 여사가 키신저 다음으로 미국의 훌륭한 국무장관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기록되는 지금 아직도 여자라고 무조건 무시하려 드는 남성들이 있다면 이는 분명 바뀌어져야 한다.

이제라도 성숙된 인간관계를 위해서 여성에 대한 구 시대 사고를 과감히 버려줄 것을 남성들에게 감히 제안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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