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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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사회의 라식열풍

2000-10-26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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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요즘 글자 그대로 새로운 눈으로 세상을 보고 있다. 소위 ‘라식’으로 불리는 시력교정 수술을 받은 것이다. 수십년 동안 끼고 다니던 렌즈를 빼고도 또렷이 보이는 사물의 모습이 신기하기만 하다. 밤이 되면 다소 눈이 침침하고 쉽게 눈이 마르지만 그 정도는 맨눈으로 생활할수 있다는 기쁨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혹시나 부작용이 있을까 해 망설이던 자녀들도 어머니가 아무 이상이 없는 것을 보자 덩달아 수술을 받았다.

요즘 LA 한인사회에는 라식 열풍이 불고 있다. 주위에 이 수술을 받은 사람 한두명쯤 없는 집이 없을 정도다. 한인타운내 한 라식 전문업소에 따르면 이 업소에서 수술을 받는 한인수만 매주 50명에 달한다고 한다. 1년이면 2,000명이 넘는 숫자다.

이같은 현상은 미국인들 사이에도 마찬가지다. 라식 수술이 처음 시작된 1991년 이후 이 수술을 받은 미국인수는 77만명에 이른다. 97년부터는 해마다 2배씩 그 수가 늘고 있으며 올 한해동안 수술 받는 환자수만 75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처럼 이용자수가 급증하는 것은 수술이 1분도 안걸릴 정도로 간단한데다 성공률이 높기 때문이다. 정상인의 경우 최소 20/40(0.5) 이상의 시력을 되찾을 확률이 95%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가격도 업소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양쪽눈 모두 고치는데 최저 1,000달러선까지 낮아졌다.


그러나 라식 이용자 증가와 함께 수술이 잘못돼 영구적으로 시력에 손상을 입는 케이스도 늘어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수술을 했다 시력을 완전히 잃는 경우는 극히 드물지만 불빛 주위에 둥근 원이 보이거나 밤눈이 어두워지는 등 크고 작은 부작용이 따르는 케이스는 상당수라며 싸구려 ‘라식 공장’에서 수술을 받은 경우 특히 그런 경향이 많다고 밝혔다. 얼마전 수술을 받은 B씨는 요즘 물건이 이중으로 보여 일상생활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술이 잘못되면 재수술을 받아 고칠수 있는 경우도 있으나 라식이란 레이저로 각막을 잘라 내는 것이기 때문에 사람에 따라서는 재수술이 불가능할수도 있다. 눈에 선천적 질병이 있거나 시력이 극히 나쁜 경우, 동공이 큰 경우는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라식수술로 불이익을 입은 사람들을 위한 ‘Surgical Eyes’라는 웹사이트는 수술을 받기 전‘만약 일이 잘못되더라도 후회하지 않겠는가’라고 자문해볼 것을 권하고 있다.

한인들의 안구가 미국인과 다르다는 점도 주의해야 할 점이다. 한 라식 관계자는 “처음 한인사회에 라식이 보급됐을 때 실패율이 높아 국립보건원이 그 원인을 조사한 결과 한인들의 안구 모양이 미국인과 다르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린 적이 있다”며 “한인의 특성을 잘 아는 경험있는 의사를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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