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관광지의 소주병

2000-10-25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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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 수첩

▶ 백두현기자 스포츠·레저부

지난 여름 한국신문에서 피서객들이 해수욕장 모래사장에 라면 찌꺼기를 묻어서 버린다는 기사를 읽고 적지 않게 놀란 적이 있다.

여행과 레저 기사를 쓰다보니 남가주 인근의 많은 해변과 산, 관광지를 찾게 된다. 이럴 때마다 주류사회 주민들의 자연환경 보호정신은 각별하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국립산림청 등 정부 관공서가 탄탄한 예산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홍보를 펴고 있으며 첩첩산중 사람의 발길이 드문 곳에도 휴지통을 설치해 놓음으로써 과자봉지등 쓰레기가 멋대로 버려지는 것을 원천봉쇄하고 있다. 대부분 국립공원에서는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는 행위에 대해 높은 벌금형을 부과하기도 하지만 철저한 단속이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절대다수의 방문객들은 공중도덕을 솔선수범하여 지킨다고 봐야 하겠다.


관광지에서 만나는 한인들의 대부분도 공중도덕을 잘 지키고 있다. 그러나 적지 않은 수의 한인들이 계몽부족 때문인지 해변가에서 전복과 조개들을 함부로 채취하다 적발돼 벌금형과 함께 창피를 당했다. 중가주 피스모비치에서는 한글로 된 조개잡이 규제 안내서를 만들기도 했다.

그보다 더한 것이 가끔 발견되는 한국산 과자봉지, 라면봉지, 소주병, 한인마켓 봉지와 같은 한인들이 버린 쓰레기들이다. 주류사회 주민들이 알아 볼지 어떨지 모르지만 한글이 적힌 쓰레기가 띄면 얼굴이 뜨거워진다.

매일 아침 그리피스팍 등산로를 오르는 한인 노인중에서는 허리춤에 비닐봉지를 찬 분들이 있다. 버려진 쓰레기를 줍기 위해서다. "우리가 사는 터는 우리가 청결히 한다"는 생각으로 즐겁게 줍는다.

버린 사람 탓하기 보다 이 노인들처럼 산이나 바다로 나갈 때는 비닐봉지를 갖고 한국쓰레기, 미국쓰레기 가리지 말고 보이는대로 치우면 기분이 한결 가뿐해지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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