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국사람 왜 인기없나

2000-10-25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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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차드 권>

지난주 한국일보 오피니언면의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 칼럼에 난 백인 고급주택가에 이사간 한인이 높은 인종차별의 벽을 실감했다는 내용의 스토리를 읽고 나름대로 느낀 바가 있어서 글을 쓴다.

나는 엔지니어로 30년 동안 미국에 거주해 온 사람으로 미국인들의 속내에 대해서 다른 한인들에 비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미국인들은 한국사람을 싫어한다. 이는 어느 단체에선가 매년 조사하고 있는 미국인들의 각 나라 국민에 대한 선호도를 비교해 봐도 명확하다. 미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것은 항상 영국사람이고 꼴찌는 이란인이다. 아시아권에서는 일본인이 10위권으로 가장 높은 편이고, 중국인은 20위권, 월남사람은 30위권이며 우리 한국사람은 40~50위권에 그치고 있다.

이를 볼 때 이유야 어찌됐든 미국인들이 한국인을 좋아하지 않는 것은 분명하다. 우리가 아무리 그들을 짝사랑하고 추파를 던져도 소용이 없다. 우리가 아무리 반만년 문화유산을 찾아가며 저 잘났다고 주장해도 그들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그러나 그들이 우리 한인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서 인종차별이라고 몰아갈 수는 없다. 우리 한국사람들이 특정국가 사람을 싫어한다고 해서 인종차별이라고 할 수 없듯이 말이다.


그리고 차별의 벽은 같은 미국인끼리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미국인들 사회에서도 블루칼러 직업 가진 사람이 돈을 좀 벌었다고 해도 화이트칼러들만 모여 사는 지역에 집을 사서 이사하는 경우를 별로 보지 못했다. 예를 들어 페인트칠을 해서 부자가 됐다고 해도 베벌리힐스에 집을 사는 일은 없다는 것이다. 베벌리힐스에 이사 가서 집앞에 페인트칠용 트럭을 세워 놓는다면 어울리겠는가.

동양인들 경우를 보면 일본인들이나 중국인들은 돈이 있든 없든, 부자든 가난하든 가디나 지역과 샌가브리엘 밸리 지역에 각각 몰려 산다. 그 동네에서도 고급 주택, 서민 주택의 차이는 있겠지만 웬만큼 돈이 있더라도 미국인 부자들끼리 모여 폼잡고 사는 동네에 끼여 살겠다고 나서지는 않는다.

미국인 변호사, 의사들만 몰려 사는 지역에 리커스토어로 돈번 동양인이 한 사람 이사 가서 산다면 어울릴 수 있겠는가. 미국인들로부터 ‘괴물’ 취급밖에 받지 못한다. "누가 뭐래도 나는 그들 속을 비집고 살아야 하겠다"는 생각이라면 그들의 따가운 눈길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면 미국인들의 우리 한인에 대한 혐오감을 바꾸어 놓을 방법은 무엇인가. 바로 국민적으로 성숙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무조건 1등을 해야 한다"는 경쟁의식의 교육을 받고 자라왔다. 심지어 형제간에도 "동생은 1등을 하는데 너는 형이 돼 가지고 이게 뭐냐"라는 식으로 경쟁을 강요받는다. 이같이 남을 제치고 반드시 1등을 차지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지고는 오늘날 세계화된 국제사회에서 사랑받을 수 없다. 함께 협동하며 살아가는 화합의 교육이 우리 한국인들에게 필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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