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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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타운’하면 무엇이 떠오릅니까?

2000-10-25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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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전하는 한인사회

▶ 임승쾌<본보 샌프란시스코지사 편집국장>

지금부터 20년이 훨씬 넘는 때였을 게다. 여행 중에 한국식당을 보는 것만으로도 반가웠던 기억이 난다. 딱히 한국식당이 아니더라도 오리엔탈 식당(oriental restaurant)이란 간판만 봐도 반가웠으니까.

그럴진대 그 집의 음식 맛을 따질 필요가 있었겠는가? 더더군다나 서비스를 따진다는 것은 사치에 불과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 국적 비행기가 로스앤젤레스나 시애틀을 거치지 않고 직접 샌프란시스코에 내리면서부터 이 곳 한인사회는 크게 달라지고 있었다. 그 가운데 가장 변화가 큰 것이었다면 한인교회 수와 한국 음식점이다. 사람이 많아지기 시작하면 제일 첫째 변화가 한인교회와 음식점의 숫자가 아닌가 싶다.

‘아닌가 싶다’가 아니라 실제 통계가 그것들을 증명해 주고 있다. 필자가 거주하고 있는 이곳 베이지역을 토대로 한 통계를 보면 그 사실이 너무나 확실하게 드러난다. 우선 비교하기가 쉬운 10년 전을 보자. 베이지역 한인교회수는 샌프란시스코와 이스트베이 샌호제 지역 그리고 그밖의 지역을 합쳐 180개로 나와 있다. 10년 후인 작년 말의 통계를 보면 이 세 지역을 합쳐 한인교회수는 260개이다. 약 45%가 늘어난 셈이다.


음식점은 어떤가? 마찬가지로 10년 전에는 샌프란시스코 지역 39개, 샌호제 지역 28개, 이스트베이 지역 30개, 그리고 그밖의 지역 17개등 모두 114개로 드러났다. 그런데 10년 후에는 이 지역 모두 합쳐 229개의 한국식당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확하게 두배로 불어났다. 특히 샌호제 지역의 28개 식당이 69개로 불어난 것이 눈에 띈다. 아마도 실리콘 밸리의 하이텍 산업 번창의 여파가 한국식당 수에도 영향을 끼쳤음이 틀림없다.

샌타클라라 지역 벤처기업과 샌프란시스코 지역의 닷컴사들의 기하급수적인 증가로 사무실 공간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오죽하면 현지 주민들이 이들 닷컴기업들의 쇄도를 통제하자는 주민발의안을 만들었을까?

샌프란시스코는 두 개의 주민발의안을 만들어 오는 11월 선거에서 유권자들의 심판을 받을 예정이다. 한마디로 닷컴기업 성장도 좋지만 이로 인해 다른 사업체들이 퇴출당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얘긴데 한 예로 샌프란시스코에 거주하는 예술가 30%가 최근 3년 사이에 외부로 떠났다고 주민들은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샌프란시스코가 이제는 더 이상 ‘예술과 문화의 도시’가 아니라고 항변한다. 어찌됐든 이런 상황에서 샌프란시스코에서도 한국 음식점이 두배로 불어났고 사무실 공간을 찾기가 이들 지역보다는 조금은 쉽다는 이스트베이 지역에도 최근 한국 간판을 단 음식점 수가 부쩍 늘어나고 있다.
그래서 일부에선‘타운번영회’라는 단체도 만들고 있다. 우리 신문사 부근에 음식점만도 25개가 된다는 타운번영회의 얘기다.

음식점이 늘어나는 것을 싫어할 사람들이 있겠는가? 음식점이 늘어나면 그에 따라 전문적인 식당도 생기고 또 서비스도 그에 비례하는 것은 당연하다. 20여년 전 음식 맛이나 서비스를 기대하지 않던 때와는 여건이 크게 바뀔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저 존재해 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는 때는 이미 지나갔다. 이제는 맛이 어떻고 서비스가 어떤가를 따진다는 말씀이다.

‘한인타운이 생겼다’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당신은 무슨 생각을 제일 먼저 합니까? 한인사회의 힘을 생각하기 보단 편리한 생활, 맛있는 음식, 먹고 싶은 것 맘대로… 등등을 먼저 떠올린다는 것이 한인들의 솔직한 대답일 것이다.

같은 종류의 숫자가 늘면 자연 경쟁이 따른다. 그 경쟁에서 이기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프로정신이 있어야 한다고들 한다. 시대는 자꾸만 변해가며 우리끼리라도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진다. 프로정신이 아니면 살아남기가 힘들다는 것을 머지않아 실감할 날이 분명코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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