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국남자와 된장찌개

2000-10-24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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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온유<다우니>

한국 남자들은 세계 어느 나라 사람들보다 특이한 것 같다. 국제결혼한 외국인 남자들은 모두 부인의 나라의 음식을 잘 먹으면서 불평을 하지 않는다. 미국인, 유대인, 이란인 등 모두 부인이 주는 대로 먹고 행복해 하는 모습을 본다.

내가 알고 있는 부부중 남자는 한국인 유학생, 부인은 엘살바도르의 간호사인 부부가 있다. 부인은 키가 크고 무척 잘 생겼다. 그 집에 가보면 냉장고 앞에 무슨무슨 고추장, 된장, 김치 상표가 모두 붙어 있고 부인이 꼭 한국음식을 한다. 부인 나라 음식은 기념으로라도 한번 먹는 법이 없다고 한다.

하루는 전쟁이 났다. 경찰까지 동원됐다. 이유인즉 부인이 남편 시키는 대로 정성껏 된장찌개를 했고 호박전을 부쳤는데 남편이 된장찌개는 엎어버리고 호박전을 다 버려서 일이 시작됐다. 경찰이 와서 일단 사유를 묻고는 국제결혼은 음식 때문에 가끔 문제가 발생하니까 잘 배워서 하도록 하라고 조언하면서 끝으로 한국 남자가 심한 것 같다고 했다. 난 친정어머니인 것 같은 부인의 하소연을 들어야 했고 된장찌개와 호박전 부치는 강습 아닌 강습으로 진땀 빼야 했다.

우리 한국 남자는 굉장히 특이하다. 조금 양보하면 안될까. 꼭 한국 음식만 먹어야 살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왜 한국 남자는 고집을 부려야하는가. 한국 남자도 변해야만 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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