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꾸중보다 사랑이 필요하다

2000-10-24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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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소년 선도

▶ 양기택<놀웍>

지난주 토요일 낮 청소년 선도기관이 있는 건물 앞에서 어느 목사님께 호된 꾸지람을 들었다. 2층이 우리 학교이고 1층이 몇 개월전 이사온 교회. 건물 현관문은 함께 사용한다.

청소년들이 공부시간 외에 밖으로 나와 파킹랏을 향한 문가에서 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그 분의 눈에 몹시 거슬려 노발대발하신 것이다. 그날은 주말이라 학생이 한명도 없었는데 차를 타러 나가는 우리를 향해 쌓인 분노가 폭발하신 것이다.

"내가 한국서 온 선교사인데"로 시작해 애들이 버르장머리가 없다며 야단을 치신다. "내가 목사인데"(담임목사는 따로 계심) 목사가 지나가도 비키지 않고 빤히 쳐다보면서 담배를 피운다며 한심하단다. 애들이 그 분이 누구인지 알 리도 없고 설령 알았다고 해도 조심했을지 모르겠다. 평소 그들을 향한 눈초리가 곱지 않으셨을 테니.


다니던 학교에서, 집에서 부모에게, 주위의 어른들에게서 이러한 일들로 야단맞고 쫓겨 나와 이 곳 학교에 그나마 찾아온 아이들에게 "남의 교회 앞에서"라고 하면 그들이 갈 곳은 어디 입니까 묻고 싶다. 일부러 교회 앞에서 한 것이 아니고 건물 밖에서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텐데.

우리 어른들의 이러한 모습이 그들을 더욱 방황의 길로 걷게 하는 것인 아닌지 모르겠다. 야단을 치기 전에 한번쯤은 이해와 너그러운 관용을 보여줄 수는 없는지, 신분을 내세워 화를 내며 교육 똑바로 시키라고 하기 전에 한번쯤 청소년들이 무엇을 갈등하며 무엇을 꿈꾸고 있는지 사랑의 마음으로 보아주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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