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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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 돕기 신중해야

2000-10-21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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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목사가 무사히 풀려난 것은 다행입니다. 그러나 이번 일을 계기로 무분별하게 전개되고 있는 탈북자 돕기사업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탈북자돕기에 오랜 경험이 있는 한인 관계자의 말이다.
북한-중국 국경선은 1300킬로미터로 휴전선 길이의 5배가 넘는다. 식량사정이 어려워지면서 국경선을 넘어 중국땅으로 밀입국하는 북한주민이 많다는 것은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그동안 이들을 돕기 위해 한국교계는 물론 미주한인사회에서도 적지않은 선교사들이 연변지역에 몰려갔다. 그러나 탈북자를 돕는 일은 물론 선교활동 자체가 현지실정법에 위배되기 때문에 이들이 하는 일에는 상당한 위험이 수반된다. 신동철목사의 경우 제3국인 몽골당국에 체포됐던 것인만큼 비교적 빨리 석방될 수 있었지만 중국이나 북한당국에 체포될 경우 사태는 심각해진다.


과거 아주문화센터의 이광덕 목사나 연변과기대 김진경총장등이 북한당국에 억류돼 곤욕을 치렀고 대북한 선교활동을 하다가 행방불명된 김동식목사도 북한에 억류돼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인선교사의 탈북자 지원활동을 돕던 연변 조선족 부부가 중국당국에 체포돼 수감생활을 하는 케이스도 있다.
중국과 북한은 전통적인 우방사이다. 소위 특무라고 불리우는 북한의 기관원들이 중국땅에서 공공연히 탈북자 색출활동을 벌이고 있으며 중국의 공안당국도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다. 이를 이용해 탈북자를 등쳐먹거나 인신매매를 일삼는 못된 중국인, 연변조선족들도 적지 않다.

"생색내기 탈북자 돕기나 돈벌이를 위한 사이비들도 없어져야 합니다. 탈북자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선교사가 있는가하면 추운날씨에 도움을 호소하는 탈북자를 바깥에 방치, 얼어죽게 만든 목사도 있었습니다"

한편 탈북자돕기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탈북자에 대한 유엔난민지위 청원 움직임이 시작된 이후 그동안 어느정도 눈을 감아주고 있던 중국당국이 강경자세로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1월말 7명의 탈북자가 유엔난민지위를 부여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으로 추방당한 사실이 이를 입증해준다.

탈북자를 어렵사리 한국으로 보내는데 성공한다고 해도 문제다. 과거 탈북자가 드물던 시절 후한 정착금을 주던 한국정부도 탈북자가 연간 100명선에 달한다는 요즈음은 1인당 690만원으로 대폭삭감했다. 또 천신만고 끝에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들도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따라 일부 선교사들은 탈북자들을 중국이나 한국에 정착하도록 돕는대신 식량과 의복등을 줘서 되돌려 보내고있다고 한다.
미주한인사회의 탈북자돕기도 객관적인 재검토가 이루어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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