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비싼 것이 비지떡"

2000-10-21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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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수첩

미국에서 새로운 삶을 개척하기 위해 관광비자로 가족과 함께 LA에 온 최모(47)씨는 광고를 낸 한 이민 브로커에게 소셜 시큐리티 카드와 운전면허증 신청대행 명목으로 자신의 여권과 함께 2,000달러를 지급했다. 1∼2개월이면 나온다고 약속했던 이민 브로커는 이후 6개월 동안 이 핑계, 저 핑계를 되면서 최씨를 회피하더니 이제는 연락도 되지 않는다. 그러기를 벌써 1년, 결국 최씨는 소셜 카드와 운전면허증은 구경도 못하고 뺏긴 여권의 비자가 만료되면서 불법체류자 신세가 돼 친척이 거주하는 뉴욕주로 이주했다.

이민분야를 담당하면서 각종 피해를 당했다고 호소하는 한인들의 전화를 많이 받게 되는데 서류 위조와 밀입국 알선, 편법 투자이민, 무자격 허위 신청등 한인사회에서 횡행하고 있는 이민관련 사기는 끝이 보이지 않는다. 최근 한국 경제사정이 어려워지고 민심이 흉흉해지면서 어떤 방식을 써서라도 미국에 오려는 ‘의지의 한국인’들이 다시 증가하면서 이민사기를 당하는 피해자는 계속 증가할 것이다.

야채값 1, 2달러를 아끼려고 꼼꼼히 가격을 비교하는 한인들이지만 이민 수수료로 수천, 수만달러를 지불하는 것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 같다. 또 허위광고만 믿고 본인은 물론 가족의 생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민수속을 아무 확인도 없이 맡긴다. 이민수속에 관해서 만은 비싸다고 좋은 게 아니고 싼 게 비지떡이 아니라는 사실을 주지해야 할 것이다.
이민사기를 방지하는 가장 확실한 지름길은 사기행각을 일삼는 사이비 브로커를 식별, 케이스를 맡기지 않는 것이다. 다음은 합법 브로커와 사이비 브로커의 식별 방법을 나름대로 정리해봤다.


▲주정부가 요구하는 5만달러 본드에 가입돼 있는지를 확인한다. 사이비 브로커는 수백달러의 금전피해를 감수하고 절대 본드를 사지 않는다. ▲사무실도 없고 비퍼만 갖고 연락하면서 밖에서 만나자고 하는 사람은 증발하면 끝이다. ▲영수증도 주지 않고 현금을 요구한다. 지난달 강화된 주법에 따르면 모든 계약은 문서화(영어와 한국어)돼야 하고 소비자는 72시간내 계약을 파기하고 경비를 제외한 돈을 반환 받을 수 있다.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을 요구한다. 이민수속 적정가격은 없지만 웬만한 이민국의 이민신청 수수료는 200∼300달러를 넘지 않는다. ▲"신청자격이 없어도 해준다" "결과를 100% 보장한다" "이민국 직원을 잘 안다"라고 말하는 브로커는 사기성이라고 판단해도 무방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소비자 입장에서도 아무리 사정이 다급하다고 편법·불법신청을 용인하다 보면 이민사기 행각의 피해를 자초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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