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다인종팀 차별’은 오해

2000-10-20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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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소년 탤런트대회’ 항의에 해명한다

▶ 한상조<라디오서울 방송 편성부국장>

지난 18일자 한국일보 오피니언란에서 ‘상처로 남은 청소년 탤런트대회’라는 어느 독자의 글을 읽고 당시 심사를 맡았던 사람중의 하나로서 이 글을 쓴다. 그 독자는 딸이 친구들과 함께 탤런트대회에 나갔다가 출연자중 타인종이 섞여있다는 이유로 예선심사에서 탈락이 되었다며 가슴아파 했다. 열심히 연습하고 기대에 차서 출연했던 아이들이 실망을 했다니 여간 유감스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예선에서 탈락된 이유가 ‘인종’때문인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큰 오해이기에 심사위원 측의 입장을 밝히려 한다.

오렌지카운티 한인축제에 청소년 탤런트대회가 생긴 지는 8년이 되었다. 축제의 여러 다른 행사들도 연륜에 따라 많은 성장을 했지만 특히 청소년 탤런트대회는 괄목할 발전을 한 행사로 꼽힌다.

첫 한두해는 대회의 성격이 분명히 정해지지 않아 기악, 고전무용등 종목이 7-8부문이나 되어서 심사에 많은 애로가 있었다. 그러나 대회 시작 3-4년이 되면서 대중음악분야 노래와 춤의 2개 종목으로 정착이 되었고, 그에 맞춰 출연을 희망하는 청소년들도 연습을 한다.

지난 8년간 심사를 하면서 느낀 것은 출연팀들의 수준이 해가 다르게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매년 예선에 30여팀이 신청을 하는 데 출연팀들간 경쟁이 여간 심한 것이 아니다. 본선 진출 팀의 수준은 프로를 뺨칠 정도로 훌륭하다.

오렌지 카운티 청소년들 사이에서 탤런트대회의 인기가 높아지자 참가 희망자들은 몇달 전부터 아예 체육관이나 태권도장을 빌려서 연습을 하는 것이 상례로 되었다. 그래서 때로 축제 쇼프로그램에 참석하기로 된 한국 연예인이 사정이 생겨 못오면 이들 탤런트대회 우승팀이 대신 출연하는 데 관중들의 반응이 매우 좋다.


출연팀의 수준이 높아지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심사위원들은 심사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정말 미미한 차이로 어떤 팀은 뽑고 어떤 팀은 탈락시켜야 하는 일들이 자주 있다. 게다가 예선 출연팀이 30여팀이면 참가 청소년들은 70-80명이 되어 제한된 시간에 그 모두를 심사해야하는 시간적 압박감도 만만치 않다. 이번 예선 심사때도 출연팀의 공연을 끝까지 볼수 없고 중간에 중지시킬 것이라고 시작 전에 미리 밝혔었다.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출연자의 피부색깔로 합격·불합격을 정한 적은 없다는 사실이다. 탤런트 대회는 무대 공연을 전제로 하는 것인데 여러 인종이 섞인 팀은 무대를 화려하게 하기 때문에 주최측에서 오히려 장려하는 바이다. 피부색이 다른 사람이 섞였다고 심사위원의 관심권 밖으로 밀리는 일은 이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결코 없을 것이다.

청소년 탤런트대회는 매년 있는 행사다. 이번 대회중 섭섭한 마음이 있었던 청소년들은 열심히 연습해서 내년에 다시 한번 도전해주기를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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