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인내와 희생의 결실

2000-10-19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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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영조<의사>

한국 사람이 노벨상을 받을 수 있을 만한 분야는 문학상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한국동란의 비극, 일제의 압제와 독립운동, 공산치하와 독재정권, 구습에서 서양문화로의 전환 등등 우리에겐 너무나도 엄청난 삶의 변화와 인간혁명이 한두 세대 사이에 일어나고 있었으니 이보다 더 좋은 소설의 재료가 있을 수 없다. 닥터 지바고, 죄와 벌, 부활, 대지 등등에 못지 않을 대작이 한국에서도 나와야되겠거늘 아직껏 노벨 문학상의 후보가 되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 60년대에 젊은 의학청년으로 수년간 연구실에서 기거하면서 꿈꾸던 것이 노벨 문학상이었다. 미국에까지 와서도 계속된 꿈이었지만 이 곳에서 깨달은 것은 한국인의 제한성이고 노벨상을 목표로 일하여서는 옳지 않음을 알게 되었다.

이번에 한국 사람들이 그토록 기다리던 노벨상을 김대중 대통령이 수상한 것은 우리 모두가 자랑스러워하는 바이다. 그런데 노벨상에 대하여 몇가지 잘못된 인식이 있음을 간과할 수 없다. 올림픽 금메달은 개인의 영광이라기보다는 그 나라의 국력을 나타내며 국제 경쟁에서의 우승을 뜻하므로 온 국민이 참여하며 권장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노벨상은 어디까지나 그 개인에 대한 업적 인정과 명예에 있지 수상자의 국가적 차원에서 인정되는 상이 아님을 기억해야 한다. 과학자나 소설가 또 정치인 모두가 국가의 경계를 넘어서 인간의 생활에 기여한 업적으로 수상되는 것이다. 서울의 하늘에 불꽃이 오르고 전국이 축제를 여는 것을 보고서 과연 한국적 문화의 소산이구나 하였다.

일부에서는 김정일도 노벨 평화상을 같이 받아야 한다고 하는데 어처구니가 없다. 남아공의 만델라와 맞먹게 근 40년간 독재에 항거하며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한 김대중씨의 인간의지의 승리와 인권운동의 공로로 수상된 것이지 최근의 남북 평화협상만으로 된 것이 아니다. 노벨상은 나누어 가지는데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정의와 평등을 위한 인간노력과 의지의 극치를 보여주는데 있다.

오늘날 한국의 민주주의, 언론자유, 개인생활의 자유, 그리고 평화 통일에의 전진등 나날이 엄청난 발전을 보면서 흐뭇하지만 거기에 이르기까지 많은 희생과 인내와 고통이 있은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김대통령의 수상을 계기로 인권존중과 민주주의 원칙 수호에 한국민 모두가 더욱 애써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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