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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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로 남은 한인축제

2000-10-18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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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언대

▶ 이은영<가든 그로브>

모두가 즐거워야 할 한인축제가 우리 아이에게는 상처가 되어 버렸다. 아이가 한인축제 청소년 탈랜트대회에 댄싱팀으로 나가기로 한것은 사촌언니의 강력한 요청 때문이었다.

내 조카는 대학생이다. 내딸은 고등학생이다. 나는 처음에는 아이에게 댄스는 무슨 댄스냐 하면서 못마땅해했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춤을 춘다는 것에 창피하다는 생각이 앞섰다.

그러나 아이는 “엄마 괜찮아. 이건 축제니까 재미있게 지내면 되는 거야”하며 출전하기로 했다. 그후부터 아이는 집에서 틈틈이 댄스연습을 했다. 조카애와 우리 딸 그리고 조카아이의 친구 트리샤등 5명이 열심히 연습을 했다.


조카아이의 친구 트리샤는 아빠는 흑인이고 엄마는 한국인이다. 또 다른 친구 켈시는 백인이고 진난은 중국아이다. 나는 한인들만이 아닌 이런 멤버가 오히려 특별하고 한인축제가 다른 커뮤니티에도 관심을 보이는 좋은 기회인 것같다는 생각에 다른 팀보다는 우리 아이들 팀이 어필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그것은 나의 착각이었다. 오디션이 있던 라마다 호텔에 조카아이와 딸애가 친구들과 함께 갔다. 오디션에 갔더니 심사위원이 한국사람이 누구냐고 물었고 댄스를 처음 시작을 하자마자 되었다고 그만 하라고 해서 그들은 정말 워밍업도 안된채 그만 두었단다. 그리고 다른 팀중에는 심사위원을 아는 사람이 심사위원에게 아는 척을 하더니 오디션을 끝까지 하더란다.

너무 공정하지 못한 처사에 우리 아이와 조카는 실망을 했단다. 그런데 문제는 예선 발표를 하는 과정에서 심사위원들이 하는 말이었다. 너희 팀은 한국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뽑을 수가 없었단다. 자동 탈락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청소년 선발대회 규정에 그러한 자격조건을 붙였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예선에 떨어졌기 때문에 이런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꼭 그 학생들 얼굴을 보면서 한국사람이 아닌 사람이 왜 나왔느냐는 식으로 말을 했어야 했을까?

우리 아이는 미국에서 태어 낳다. 한국문화와 미국문화 사이에서 가끔은 혼동을 하면서 한국문화를 배워가고 있다. 그런데 이번 한인축제로 인해서 한국사람들 정말 이상하다고 말을 한다. 댄싱을 잘하는지 못하는지는 보려고도 하지 않고 무조건 한국사람이 아니라 안된다고 하는 것이 이해가 안된다며 정말 이상한 사람들이라고 하는 아이에게 어떻게 설명을 해야할지 당혹스러웠다. 앞으로 아이는 한인축제하면 오늘을 생각할 것이고 사춘기의 아이에게 즐거운 축제는 아닌 것같다. 나도 마음이 아프다. 인종화합을 외치는 단체에서 인종차별을 한다는 것이 너무 슬픈 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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