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건물주가 본 입주자

2000-10-18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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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

50~60년대에 유학 온 올드타이머들은 대개 이런저런 인종차별로 서러웠던 경험들이 있다. 당시 가장 흔한 차별 중의 하나가 아파트 입주. 분명히 빈방이 있는 걸 알고 찾아가도 아파트 관리사무실에 가보면 “방이 없다”고 나오는데 할 말이 없었다고 한다. 한인사회의 한 인사가 당시 서러웠던 경험을 회고했다.

“학교 부근에 ‘방 세놓음’사인이 붙어 있길래 들어가 봤더니 방이 벌써 나갔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그런 줄만 알았지요. 그런데 다음 날 그 앞을 지나는데 여전히 사인이 붙어 있는 것이었습니다. 알고 보니 유색인종이 가면 무조건 방이 나갔다고 말하는 것이더군요”

아파트 입주도 어려웠으니 주택 구입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집을 사려고 해도 브로커들이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집구경을 시켜 주지 않았다. 집을 보여주려고 가봤자 구매 희망자가 아시안이면 집주인에게 냉대만 받기 때문이었다. 매매가 성사된다 해도 외국인 주택소유가 법으로 금지돼 시민권자인 자녀의 이름으로 겨우 집을 살 수 있었다.


이렇게 분명한 차별이 시정된 것은 70년대부터. 60년대 중반 주거 관련 차별 금지법이 제정되기는 했지만 실제로 개선되기 시작한 것은 70년대 이민물결이 밀려들면서부터였다.

30년이 지난 이제는 아파트 소유주 중에 한인들이 많아서 입주자의 입장뿐 아니라 건물주 입장에서 보는 시각도 생기게 되었다. 각양각색의 사람들을 대하고 보니 “차별을 해서는 안되지만 아무래도 입주자를 가리게 되더라”는 것이 건물주의 입장. 어느 아파트 관리회사 직원의 말이다.

“어느 인종이든 좋은 사람, 문제 있는 사람이 있지요. 그런데 문제 있는 입주자들만 떼어놓고 보면 인종별로 특징이 있어요. 예를 들어 흑인 입주자로 골치가 아프다면 그건 대개 렌트비를 몇달씩 안 내는 것, 그러다가는 작은 꼬투리 잡아서 소송을 하는 것이지요. 반면 히스패닉 입주자로 어느 건물주가 속이 상한다면 그건 대개 식구가 너무 많은 것 때문이지요. 입주할 때는 두 식구라고 했는데 얼마 후 친척이나 친구가 다니러 왔다면서 한명 두명 늘어나다가 나중에 보면 다 거기서 사는 것입니다”

그에 비해 한인들은 대개 방세를 잘 내고 집을 깔끔하게 쓰며 식구도 많지 않아서 건물주들이 선호한다. 그러나 한인들이라고 모두 모범 입주자는 아니다. 특히 소유주와 매니저가 같은 한인인 경우 자주 일어나는 일은 계약서에 서명한 규정을 지키지 않는 것.

“렌트비는 매달 1일, 주차장은 처음 지정한 대로, 룸메이트 들일 때는 주인에게 알릴 것 등 규정이 있는 데도 지키지 않는 사람들이 있어요. 너무 심하다 싶어 말을 하면 같은 한인들끼리 뭘 그렇게 따지느냐며 오히려 화를 냅니다”

이 건물주는 일부 한인 입주자들의 문제로 정해진 규칙과 질서를 안 지키는 점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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