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위 편견 딛고 미를 창조하는 자부심
▶ 남가주 380개 한인 미용실에 20여명
여성만의 영역으로 인식되던 미용업계에 남성미용인의 숫자가 늘어나고 있다.
한인사회 초창기에 등장했던 남자 미용사 리차드 정씨의 압구정미용실과 알렉산더 김 미용실, 에디 미용실로부터 김선영 미용실, 토코 미용실, 박태양 미용실까지 한인타운의 미용실에 가면 적어도 두세 명의 남성 헤어디자이너를 만날 수 있다.
남가주 미용인협회 총무직을 맡고 있는 폴 안(45 무궁화미용실 대표)씨에 의하면 업소록을 기준으로 380여개의 한인 미용업소에서 남자 미용사 20여명이 활동하고 있다.
남자 미용사들은 다른 남성에 비해 미용과 패션에 관심이 많고 남다른 미적 감각을 지닌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때문인지 눈여겨 보면 외모가 매우 여성적인 남자 미용사들이 많은데 이같은 여성화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주위환경에 의해 자신도 모르게 말투나 행동, 의상 등이 변해 간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자기관리를 위해 남자들과 의식적으로 시간을 보낸다는 한 남자미용사는 아직 한인중에는 없지만 미국인 헤어디자이너 10명중 8명이 동성연애자인 것도 이 때문이라고 들려준다.
남자 미용사들의 또 한가지 특징은 주위의 편견을 견뎌 낼 수 있는 뚜렷한 주관과 프로의식이 강하다는 것. 주로 여성을 상대하기 때문에 자의식이 강해야 스트레스 없이 생활할 수 있기 때문인데 적응을 하지 못하는 남자들은 10명 중 9명이 중도 포기한다고 관계자들은 말한다.
머리가 변화되는 모습에 반해 미용사가 됐다는 지노 신(46·지노신 헤어모드)씨는 자신이 미용을 시작한 70년대 후반만 해도 남자가 미용실을 기웃거리는 자체가 창피스러운 일이었다고 전한다. 더구나 남자가 미용학원에 다닌다는 건 상상도 하지못할 일. 학원을 졸업해도 월급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바닥청소나 미용사 가운, 수건을 빠는 허드렛일이나 해야했다.
샴푸독이 오른 손을 숨겨가며 손님들 샴푸를 해준 지 6개월이 지나서야 정식 커팅을 시작했다는 신씨는 1년전 KBS1 TV ‘나의 꿈 나의 도전’에 출연해 남성으로 25년간 미용인으로 살아온 이야기를 할 정도로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직업에 종사한다는 자부심이 대단하다.
남성미용사가 가장 많은 곳은 김선영 미용실. 남자 헤어디자이너만 5명이 일하고 있다.
김선영미용실 사장 김종호(42)씨는 어머니 김선영씨의 가업을 잇기 위해 미용을 선택한 경우. 어머니세대에서는 생업을 위해 미용인이 됐지만 현세대는 미용을 사랑해서 미용인이 된다고 말한다. 미용실에선 존칭부터가 ‘언니’이고 여자들 속에 묻혀 일하다보면 성 구분이 없어진다는 김씨는 유행에 앞서가기 위해 일부러 젊은이들과 어울리곤 한다.
김선영미용실의 ‘귀공자’로 불리는 김학수(36)씨는 작품 대하듯 손님을 맞는 헤어 디자이너. "하나의 예술인데 손님이 가고 나면 예술작품이 없어져 허무하다"고 말하는 김씨는 하루에 평균 12명의 머리를 만진다. 그는 또 "실연이나 획기적인 변화를 위해 헤어스타일의 변화를 추구하는 여성손님들의 본심까지 간파하려면 예술작품 창조도 중요하지만 심리치료사가 먼저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어린 시절 말썽꾸러기로 찍혀 미용실을 하는 이모에게 맡겨졌다가 미용인의 길에 들어섰다는 제프 조(33, 토코 미용실)씨는 평범을 거부하는 남자다. ‘한번 시작하면 뿌리를 뽑아야 만족하는 성격’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조씨는 내성적이던 성격까지 일부러 바꾸고 인기쇼 프로를 보며 끊임없이 변화하는 유행스타일을 파악하는 노력파다.
그래선지 10대와 20대 여성들에게 인기가 있고 젊은 남자손님도 끊이지 않는다. 미에 대한 기준이 없는 손님의 머리를 만질 때가 가장 힘들지만 새롭게 바뀐 헤어스타일에 만족하는 얼굴을 보는 즐거움으로 하루하루를 보낸다고.
신세대 젊은 여성들의 경우 한번쯤은 남성미용사를 찾는 경향이 짙으며 주로 패션감각을 중시하는 여자들일수록 같은 기술이라면 남성미용사를 찾는다. 여자미용사보다는 남자미용사를 더 편하게 느끼는데 이유는 남성미용사만이 가지는 감각의 섬세함을 중시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현재 한인들이 미용업계에 진출하기 위해 가장 많이 다니는 미용학원은 마리넬로 미용학원(Marinello School of Beauty)으로 10대 후반부터 20대 초반의 남자 미용사 지망생들이 20%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10개월 과정을 이수하고 미용사 자격시험에 합격해야 보조미용사로 일할 수 있으며 6-7년은 지나야 헤어디자이너가 된다. 또 직업의식이 투철한 미용인들은 새로움을 습득해 자신의 스타일을 창조하는 욕구가 강하기 때문에 ‘비달 새순’과 같은 전문인 교육과정을 재이수하는 경우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