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공항에서 대통령에게 큰 절을 하다니

2000-09-0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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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

한 컷의 사진이 때로는 장문의 기사보다 더 많은 것을 이야기 해준다. 김대중 대통령이 유엔 정상회담 참석차 특별기편으로 미국을 방문해 뉴욕의 존 F 케네디공항에 내리자 뉴욕지역 평통회장 C씨가 땅바닥에 엎드려 큰 절을 올리고 있는 모습이 실린 지난 6일자 본보 3면의 사진 기사가 바로 이 경우에 해당된다.

현장 취재기자들에 따르면 이날 김 대통령이 특별기에서 내려 영접나온 인사들과 차례로 악수, 평통회장 앞으로 와 손을 내밀자 그 순간 갑자기 뒷걸음을 치면서 바닥에 꿇어 엎드려 김대통령은 물론 경호원들도 놀라 한 때 긴장감까지 감돌았다고 한다. 이내 김대통령이 엎드려 절을 하는 C씨를 일으켜 세운후 악수를 해 이 소동은 진정됐다.

이 사진기사가 나가자 ‘지나치지 않으냐’는 반응이 빗발치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 국제공항에서 어떻게 평통회장이라는 사람이 마치 절대왕조시대에 임금님 대하듯 큰 절을 올릴 수 있는가 하는 질책성 반응이다. 또 그것도 외국인 기자들도 취재하고 있는 현장에서 그런 일이 났으니 이만저만 망발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어떤 방식으로 존경의 뜻을 표현하든 그것은 전적으로 개인의 자유다. 그러나 공인으로서 격식이 요구되는 장소에서는 이야기가 다르다. 공인으로서 지켜야 할 품위와 합당한 몸가짐이란 게 있기 때문이다. 평통회장은 뉴욕 한인사회를 대표한 단체장의 한사람으로서 대통령 영접을 나간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볼 때 이번 해프닝은 미주 한인 사회의 품위를 손상시킨 행위라고 비판받아도 변명의 여지가 없다.

김대통령의 뉴욕방문과 관련해 또 다른 잡음도 들리고 있다. 대통령 동포간담회 참석자 인선기준을 둘러싼 한인단체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는 소식이다. 대통령 리셉션에 아무개를 참석시키라는 온갖 압력에다가 꼭 끼워달라는 읍소형 전화까지 쇄도, 뉴욕총영사관이 골머리를 앓은 모양이다. 사실이지 이는 뉴욕 한인사회에서의 현상만은 아니다. 대통령은 고사하고 실세로 통하는 한국정부 인사가 미주방문 길에 나섰다하면 ‘언제나’라고 할 정도로 있어온 현상이다.

스스로 품위를 지키면서 손님을 대하는 풍토가 아쉽다. 이같은 분위기 조성을 위해서는 먼저 한인 사회를 대표하는 단체장들이 보다 성숙된 자세를 보여야 한다. 미주 한인의 품위를 손상시키는 행동은 제발 더 이상 없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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