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젊은 미국남자가 내 남편?

2000-09-0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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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미숙

며칠 전 너무 황당한 일을 당했다. 장거리 전화회사로 A사를 이용하고 있는데 느닷없이 Q사로부터 청구서가 날아온 것이었다. “뭔가 단단히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하며 그 회사 로 전화를 했더니 한인고객 담당직원과 연결이 되었다. 직원은 “이런 전화 요즘 엄청나게 많이 받는다”며 장거리전화 신청시 직원과 고객의 대화는 모두 녹음으로 보관되어 있으니 들어보라고 했다.

황당한 것은 그때부터였다. 미국여자 직원과 한 남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영어로 진행된 대화내용은 다음과 같다.

직원: 당신이 xxx씨인가?
남자 : 맞다. 내가 xxx다.
직원 : 장거리전화를 x날짜로 바꾸겠는가?
남자 : 그러겠다.
직원 : 주소가 무엇인가.
남자는 우리집 주소를 말했다. 젊은 미국인 목소리인 그남자는 물론 내 남편이 아니었다. 전혀 모르는 사람이 내 남편인 척하며 전화회사를 바꾸어놓은 것이었다. 짐작으로는 전화 세일즈맨이 우리집 주소와 호주성명을 입수해 어떤 사람과 짜고 일을 벌인 것 같다.

전화사 직원은 자사의 서비스를 즉각 끊고 청구된 전화요금에 대해 크레딧을 주겠다며 친절하게 도와주었지만 영 기분이 찜찜하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어디서 또 무슨 일이 일어날까 불안하다.

제3자가 장거리전화회사를 마음대로 바꿀 수 없도록 막기 위해서는 로컬전화회사에 봉쇄요청을 하면 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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