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이산가족 상봉뉴스가 연일 신문을 장식하고 있었을 때의 일이다. 어떤 독자가 신문사에 전화를 걸어왔다.
“서울에 온 북한사람들이 방문일지에 사인할 때 ‘주체 89년’이라고 쓰는데 그게 무슨 뜻입니까”
“잘 모르겠는데요. 아마 김일성 탄생일을 기준으로한 연대가 아닌가도 싶은데…좌우간 확실히는 모르겠습니다”
사실 신문사 기자라고해서 만물박사는 아니다. 특히 북한관계는 정보가 닫혀있기 때문에 모르는 것이 많을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전화를 걸어온 사람의 다음 말이 기가 막힌다.
“재롱 떨고 있네”
이 정도되면 전화받는 사람이 할말을 잃게 된다. 뭐라고 한마디 해주려고 하는데 전화를 일방적으로 딸깍 끊어버린다.
한인사회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중의 하나가 전화매너다. 어떤때는 전화 때문에 왠종일 불쾌해지는 때도 있다.
비즈니스를 잘 하려면 우선 전화를 잘 받아야 한다. 전화받는 태도에 따라 고객의 마음이 왔다갔다한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한국인의 전화받는 자세에는 몸에 배인 불친절 같은것이 있다. 본인은 불친절하게 대답한 것 같지 않은데 상대방에서 불쾌하게 느끼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는 친절한 목소리가 체질화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신입사원을 뽑으면 우선 전화받는 교육부터 시킬 필요가 있다. 한두사람이 전화를 잘못 받아 고객을 놓치는 일이 허다한 데도 기업체나 업소에서는 전화받는 것을 중요한 일로 여기지를 않는다. 특히 교환은 그 회사의 얼굴이나 마찬가지다. 교환이 불친절하면 회사의 이미지가 흐려진다.
전화를 건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준 사건이 워싱턴포스트의 워터게이트 특종이다. 당시 워터게이트를 특종한 두명의 기자들은 전화를 걸어 상대방의 마음을 잡는데 뛰어난 기술을 보였으며 전화국 교환양들이 이들의 취재를 적극 도왔을 정도다.
고객의 질문내용에 따라 친절과 불친절의 극을 달리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건 굉장한 계산착오다. 예를 들어 “자동차를 사려고 하는데요”하고 전화할 때와 “자동차를 팔려고 하는데요”하고 전화해보면 세일즈맨의 반응에는 큰 차이가 있음을 느낄수 있다. “산다”고 하면 갖은 친절을 다 동원해 대답하다가 “중고차를 팔려고 한다”고 말이 시작되면 상대방 목소리가 갑자기 싸늘해진다. 중고차를 파는 사람이 새차를 사는 고객으로 변할수도 있다는 것을 왜 모르고 있을까.
전화는 인간관계에 있어 커뮤니케이션의 필수적인 도구다. 그런데도 전화매너를 별로 중요하지않게 생각해 비즈니스나 사람접촉에서 손해보는 예가 너무나 많다. 전화거는 매너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