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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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교육 너무 쉽게 생각한다.

2000-09-07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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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찬열(남부한국학교장)

새학기가 시작되는 시기이다. 새 학기가 시작되면 주말 한국학교도 함께 시작되기 마련이다. 몇몇 학교에서는 이미 학생모집 광고가 나갔고, 이번 주일에는 아마도 대부분의 학교가 개학할 것으로 생각된다.

지난주 한국일보 오렌지판에 실린 한국학교 학생모집에 관한 내용을 많은 분들이 읽으셨으리라 믿는다. 보도에 의하면 여러 한국학교들이 학생모집에 열을 올리고 있으며, 그렇게 된 중요한 원인은 한국학교가 수적으로 크게 늘어난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좋은 현상이다. 서로들 학교를 만들어 아이들을 가르쳐 보겠다고 나서고 있고, 서로 학생들을 데려다 잘 가르쳐 보겠다고 애쓰고 있다는 소식이 바람직한 일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바야흐로 한인사회에 한글교육의 전성시대가 오고 있는 것일까.


과연 그럴까. 한 발자국만 뒤로 물러나 객관적으로 상황을 직시해 보자. 양적인 증가에 걸맞은 질적인 향상이 함께 이루어지고 있는가. 모든 학교가 학생을 가르칠만한 수준에 도달해 있는가. 한글교육이란게 누구나 아이들을 맡아 가르쳐도 될만큼 그렇게 간단하고 쉬운 일인가. 한번은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아닌가 싶다.

학교를 구성하는 요인으로 우리는 흔히 학생, 건물, 교사 세 가지를 들고 있다. 물론 학생이 있어야 학교가 구성되겠지만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한 요소가 바로 교사의 자질이다. 많은 단체나 교회에서 제각기 한국학교를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이러한 학교의 상당수는 그 교회나 단체에 속한 구성원이 한국학교의 교사를 맞아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전문적인 지식이나 경험이 없어도 한글을 알면 누구나 한국어를 가르칠 수 있다는 지극히 간단한 생각을 가지고 교단에 서고 있는 것이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은 생각처럼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하면 할수록 더욱 어려워지는 것이 가르치는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 분야의 전문적인 지식을 가져야함은 물론이고, 적절한 훈련과 경험을 쌓아가면서 교사가 될 수 있다. 특별히 한국학교 교사는 조국을 떠나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우리의 뿌리를 전수해주어 당당한 이 땅의 주인으로 길러야겠다는 교사로서의 투철한 사명감이 있어야만 한다. 그런 다음에야 비로소 ‘선생님’으로 불려 질 수 있는 것이다.

오래 전, 어떤 종교단체의 책임자 한 분이 주말 어른들의 친교시간을 이용하여 아이들에게 한글을 가르쳤으면 하는데 좋은 방법이 없겠느냐고 물어오신 적이 있다. 학교를 설립하거나 시작하려는 목적이 한글교육에 대한 특별한 사명감이 아니라 어른들의 편의를 위한 수단이 되어서야 되겠는가. 그렇게 적당히 시작되고 운영되는 학교가 과연 어린이들을 위한 최선의 교육을 제공하리라 믿어질 수 있겠는가.

누구에게나 시간은 소중하지만 자라나는 아이들의 시간은 특별히 중요하다. 대부분의 한국학교가 주말 한나절을 이용하여 아이들을 지도하고 있는데 그 한나절이 정말로 아이들에게 소중한 시간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이 가을에, 새 학기를 맞아 학교를 운영하는 분들이나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들, 그리고 학부모를 포함한 한국학교에 관계된 모든 사람이 함께 새겨 보았으면 하는 말이 있다. “아이들은 어떤 경우에도 수단이 되어서는 안된다. 아이가 바로 목적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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