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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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많은 자유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2000-09-06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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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대학생활

▶ 케이 송

매년 이맘때면 미국 전역에서 1백만명의 학생들이 새로운 도전이 기다리는 대학으로 떠난다. USC도 이번주에 2001학년도 신학기가 시작이 되어 잔칫집 같이 시끌시끌하다. 캠퍼스 곳곳에서 학생들이 재잘거리며 부산스럽게 움직여 대학 특유의 젊음과 지성과 자유의 ‘기’를 느낄 수가 있다.

미국의 대학생활은 한국에서와 달리 젊은이들이 부모의 집을 떠나 독립된 한 인간으로서 성인이 되기 위해 준비하는 중요한 과도기이기도 하다. 이 나이는 또 개인 성장과정에 있어서 ‘나는 누구인가’ 하는 자아확립의 중요한 시기이기도 하며, 성인으로서 인생의 계획과 비전을 세우고 새로 접하는 학문과 지식을 통해 윤리적, 사회적, 종교적 인생의 가치관이 확립되는 중요한 전환기이기도 하다.

미국에서의 대학생활은 단순히 새로운 학문을 배우고 새로운 친구를 만나는 것보다 훨씬 심각한, 어떤 면으론 치열한 생존경쟁의 첫 도전이며 자기 인생을 자기가 책임지는 어른이 되는 훈련과정이다.


가장 중요한 훈련은 갑자기 주어진 무한한 자유를 관리하는 일이다. 아무도 참견 안하고 감시도 하지 않는 대학생활의 자유를 관리할줄 아는 자기훈련이 필요하다. 수업을 다 빼먹고 하루종일 TV를 보든지 밤에 술마시고 기숙에서 자든지 걱정하는 사람도, 참견하는 사람도 없다. 단지 결과는 본인이 책임져야 하는 것이다.

부모 간섭없이 원하는대로 이성교제를 할 수 있는 자유도 있다. 가족떠난 외로움에 연애만 하다가 대학생활을 허송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처음으로 해보는 재정관리도 자유이다. 한학기 용돈을 한달에 다 써버리고 밥도 제대로 못챙겨 먹는 수도 있으며 수도없이 날아오는 크레딧카드를 무절제하게 긁고나서 대학 4년간 고리대금 이자만 겨우 갚으면서 많은 빚을 지고 졸업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대학에 클럽과 파티도 오죽 많은가. 지구보호회, 동물권리 옹호회, 비즈니스 클럽, 한인학생회, 기독교 선교회, 동성연애자회, 농구클럽, 스키클럽, 골프클럽 등 온갖 클럽에 들어오라고 서로 치열하게 모집하고 캠퍼스 곳곳에서, 기숙사에서 수도 없이 파티의 유혹도 만만치가 않다. 클럽생활도 파티도 대학생활의 중요한 부분이지만 공부는 제쳐놓고 매일 클럽활동과 파티에만 참석하느라 졸업을 못하는 수도 있다.

성공적인 대학생활은 너무 많은 자유를 현명하게 계획하고 그에 따른 책임을 지는 행동을 배우는데 있다고 한다. USC 뿐만 아니라 다른 대학에서도 과잉보호와 간섭에서 풀려난 동양계 학생, 특히 한인 이민가정 학생들이 대학과정을 어렵게 보내는 것을 많이 볼 수 있다. 미국대학은 한국대학과는 달리 입학하기 보다 졸업하기가 더 힘들다. 부모들의 계속적인 관심과 협조, 격려가 우리 한인대학생들에게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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