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제업계의 위기의식
2000-09-02 (토)
’LA 봉제산업은 사양길이다’.
북미주 자유무역협정(NAFTA)이 통과된 후 지난 몇 년간 꾸준히 나온 얘기지만 한인 봉제업주들은 그동안 피부로 느끼지 못했다. 유명 봉제업체들이 중남미에 대형 봉제공장을 설립하고 ‘탈LA’ 바람이 한창 불 때 남의 얘기로 받아들일 정도로 한인업주들은 거의 무관심했다.
그러나 올 들어 한인업주들은 봉제가 정말로 LA에서 사양산업이 아닐지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갈수록 히스패닉 종업원을 구하기 힘들고 일감은 꾸준히 줄어들고 있는 반면 봉제단가는 계속 내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맘때면 비수기에서 벗어나 성수기로 접어들어야 하는데, 비수기마저 길어지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유독 한인 봉제업계에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남가주의 중국, 미봉제업계도 마찬가지다. 이구동성으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제 봉제만으로 안되니까 봉제업주들이 공동으로 원단을 구입해 완제품을 만들어 소매상을 운영하자는 의견마저 나오고 있다.
이 방안이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한 것인지 따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가주 봉제업계 전체가 공동으로 위기 의식을 느끼고 다급해졌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대로 가면 이민자들의 뿌리 깊은 삶의 터전이 ‘황폐화’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한인 봉제업주들이 당장 멕시코로 공장을 옮기거나 원단 구입에서부터 봉제에 이르기까지 완제품을 만들어 납품하는 ‘풀 패키지’로 전환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말해 ‘사양 산업’으로 접어들지 모르는 봉제업 종사자들은 앞으로 이 문제를 어떻게 대처해 나갈지가 시급한 과제로 남아 있다. 이 문제는 한인 봉제업계 관계자뿐 아니라 한인 커뮤니티의 금융과 경제 전문가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숙의해야 할 가장 중요한 문제의 하나로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