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심원 통지서를 깜빡 잊고 안 보냈는데 처벌받게 됩니까?"
지난해 배심원 출두통보를 상습적으로 묵살해 오던 사람이 1,500달러의 벌금형을 받았다는 보도가 나간 뒤 배심원 관계로 독자들의 문의가 잦다. 기사를 썼던 기자가 그동안 독자들로부터 받은 전화는 100통이 훨씬 넘을 것이라고 한다. 개중에는 영어를 잘 몰라 무심코 버렸다는 독자도 있고 귀찮아서 묵살했다가 뒤늦게 켕겨서 전화를 한 사람도 있으며 통지서를 어딘가 두었는데 아무리 찾아도 없더라는 이도 있다. 그러나 사정은 제각각 달라도 통지서를 받고 묵살한데 대해 찜찜한 기분이고 행여 처벌받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는 점은 모두들 공통돼 있다.
전화를 해온 독자들 대부분은 배심원 통보를 받고 한번쯤 회답을 안 보낸 것만으로 처벌받은 사례는 없다는 기자의 설명을 잘 믿으려 하지 않는다. 심지어 "만약 무슨 일이 생기면 기자양반이 책임질 거요?"라고 따지고 드는 독자도 있다.
사실 영어 약하고 먹고살기 바쁜 이민 1세들에게 배심원 의무는 여러모로 귀찮은 일임에 틀림없다. 그래서 소수계 주민이 백인보다 많아진 LA카운티의 경우 만성적인 배심원 부족현상을 겪고 있다. 전에는 배심원 통지서를 받고 영어를 못한다는 난에 표시를 해서 보내면 출두를 면제받을 수 있었지만 이제는 영어를 못한다고 해도 통하지 않는다.
영어를 잘 못하는 40대 한인주부 이모씨는 최근 배심원 통지서를 받고 법원에 출두, 법원 서기에게 자신의 영어 실력이 배심원 임무를 수행할 정도가 못된다고 브로큰 잉글리시로 설명했으나 서기는 그 정도 영어면 충분히 배심원을 할 수 있다고 묵살했다. 이씨는 하루종일 대기실에 앉아 있다가 결국 배심원 선정작업에서 제외돼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한인들의 배심원 노이로제는 유권자 등록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인들이 유권자 등록을 기피하는 가장 큰 이유가 무엇인지 아십니까. 바로 ‘배심원 출두 통보를 받을까 무서워서’입니다"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전국 차원의 유권자 등록 캠페인에 들어간 한미연합회(KAC) 찰스 김 사무국장의 말이다. 사실 배심원 통보는 유권자 명부에서 뽑아 보내는 것이 아니고 차량국(DMV) 명부에서 무작위로 뽑아 보내는 것인데도 불구하고 한인들 가운데는 오해 때문에 유권자 등록을 기피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배심원 통보를 DMV 기록에서 뽑는다는 것은 시민권자가 아닌 영주권자들에게도 배심원 통보가 온다는 사실에서 입증된다.
한편 대부분의 미국 직장은 배심원 임무를 수행하는 동안 임금을 지불한다. 그러나 임금을 못 받거나 자영업자등 생계에 타격을 받는 사람은 배심원 임무수행 면제를 요청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