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버리는 연습을 합시다

2000-09-0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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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자에세이

▶ 김 사비나<호놀룰루>

법정 스님의 무소유를 읽고 나서, 나는 내가 가진 것이 너무 많구나 하는 말이 입에서 나왔다. 그날 저녁 꿈속에서도 무소유라는 소리를 들었고, 아침에 일어나서도 무소유라는 말을 하였다. 많은 시간을 들여서 사다 놓고, 만들어 놓고, 집안 구석구석 쌓아 놓은 소중한 소유가 짐 덩어리가 아닌가. 오랫동안 내 시간 속에서 친숙하게 지낸 내 아집, 내 생각에 가두어 놓은 오만, 습관들, 그런 짐들은 내 자리라고 당당하게 한 몫을 차지하고 있는데 나는 그것들을 소유하기 위하여 얼마나 많은 시간을 땀으로 얼룩지고 아파하며 그 자리에 놓여 있게 했는가.

간디는 “소유가 범죄처럼 생각된다”고 하였다고 한다. 신문에 보면 강도가 가게에 들어왔을 때 마음을 비우고 털어버렸다면 생명을 빼앗기는 불행을 당하지 않을 텐데, 내 것인데 하는 소유욕을 버리지 못해 강도의 뒤를 따라가다가 죽음을 당한 어처구니없는 사건들이 있다. 언젠가는 다 버리고 가는 인생인데, 버리는 연습을 하여 두었더라면 이런 무모한 가슴 아픈 변을 당하지 않았을 것을 생각을 하면 마음이 저리고 아파 온다.

“크게 버린 자가 크게 가진다”고 한다. 우리가 좀 손해를 보면 어떤가. 앉은자리가 낮게 되었으면 어떤가, 낮게 되어 있으면 올라 갈 일 뿐인데. 그런데도 그 자리 때문에 이웃을 불편하게 만들고 한 사회를 떠들썩하게 하여 수치를 당하는 이런 것들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3년 내내 아름답게 가꾼 난 때문에 어디를 마음대로 가지 못하고 얽매이게 되어서 친구에게 주고 나니 자유함을 얻었다는 법정 스님의 글이, 나를 얼마나 부끄럽게 만드는지. 나는 오늘 아침에는 집안 구석구석 쌓아 놓은 물건들을 꺼내어 놓고 버릴 것은 골라서 보따리에 싸놓으니 다섯 보따리나 되었다.

버리겠다고 쌓아 놓은 보따리 속에 나의 아집, 욕심, 이기심까지 담아 넣어서 버리는 연습을 결심을 하여 본다.

날마다 버리는 연습을 하다보면 탐욕이 나를 이끌고 마음대로 하던 것이, 이제는 내가 나의 주어진 몫을 하여 나가는데 방해를 받지 않고, 부끄러운 모습이 아니라 성숙한 모습으로 바꾸어 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버리고 살다보면 우리 사회는 밝은 사회가 되며, 범죄가 줄어 들 것이며, 비운 마음속에 이웃을 돌아볼 여유가 있을 것이다. 남을 감싸줄 마음도 한자리에 있게 될 것이다.

우리의 아름답지 못한 것들을 버리는 연습을 하며 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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