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키머니 소송에 앞장선 한인들을 돕자

2000-09-0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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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

LA 다운타운 의류업계를 중심으로 키머니를 추방하기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 되고 있다. 최근 두 한인업소가 건물주의 키머니 요구가 계약 위반이라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한데 이어 한인의류협회는 키머니의 부당성을 알리는 서명운동과 함께 소송중인 회원사를 돕기 위한 모금운동을 펼칠 예정이다. 이와 때맞춰 한인타운 일대를 지역구로 갖고 있는 길 세디요 주하원의원도 주상원에 이어 키머니를 불법화하는 법안 상정을 준비중에 있어 키머니 근절 운동은 힘을 얻고 있다.

키머니란 입주자가 건물 리스를 갱신할 때 건물주가 공식 렌트비 인상외에 추가로 요구하는 뭉칫돈으로 법적 근거가 없음에도 이를 주는 것이 관행처럼 돼 왔다. 경기가 좋았을 때는 또 몰라도 요즘 같은 불경기에 적게는 수만달러, 많게는 10만달러에 달하는 현찰을 준비하기란 너무 힘에 벅차다는게 한인 입주자들의 얘기다.

건물주측에서는 어차피 렌트를 많이 올리나 조금 올리고 키머니를 받나 결과적으로 마찬가지라며 이는 계약 갱신 때 시세에 맞게 렌트를 올릴수 있도록 돼 있는 계약 규정에 위배되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몇 년치 렌트비를 미리 받는 것은 선이자를 떼고 돈을 빌려 주는 고리대금과 별 차이가 없다. 같은 돈이라도 몇 년에 걸쳐 나눠 내는 것과 일시불로 낼 것을 강요받는 것은 입주자 부담에 있어 비교가 되지 않는다. 일부 건물주들은 서류상에 기록이 남는 렌트비 인상보다 뒷돈 형식으로 지급되는 키머니를 더 선호하고 있어 이것이 탈세 수단으로 악용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까지 낳고 있다.


따지고 보면 문제가 이 지경에까지 오게 된데는 한인 상인들의 책임도 있다. 건물주들이 처음부터 키머니를 달라고 나온 것은 아니다. 좀 가게가 잘 된다 싶으면 몫돈을 싸들고 달려가 “내가 웃돈을 얹어 줄테니 가게를 나한테 달라”고 사정하는 한인들이 한둘이 아니기 때문에 건물주들도 배짱을 튕기며 키머니를 요구하게 된 것이다.

현재 한인 상인들이 건물주에게 내는 렌트비는 연 1억달러가 넘는 것으로 추산되며 의류상가의 렌트비는 로디오가를 웃돌 정도로 살인적이다. 거기다 한인끼리의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져 제값받고 물건 팔기는 점점 더 힘든 형편이다. 여기에다 수만달러의 키머니를 정기적으로 상납해 가지고는 견딜 업소가 많지 않다. 이번 소송이 한인 상인들이 힘을 합쳐 키머니라는 잘못된 관행을 바로 잡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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