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두개의 가능성

2000-09-0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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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김운용씨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에 선출될지도 모른다는 외신보도가 계속 흘러 나오고 있다. 한국인이 IOC 위원장에 뽑힌다면 이는 국가적인 경사다. 노벨상 수상자가 탄생하는 것보다 더 의미있는 일이다. IOC 위원장은 유엔 사무총장과 함께 세계인들이 가장 영광스럽게 생각하는 명예스런 자리다.

그런데 김운용씨는 과연 IOC 위원장에 선출될 가능성이 있는가. 그는 한국 IOC 위원이며 부위원장까지 지낸 경력을 갖추고 있는 데다 세계 태권도연맹 총재다. 더구나 최근 타일랜드, 레바논, 페루, 짐바브웨의 IOC 위원 4명을 세계태권도연맹 상임이사로 영입하는 데 성공했다. 태권도 연맹에만 IOC 위원이 5명이나 있는 셈이다.

IOC 위원장에 한국인이 선출된다는 것은 10여년 전만해도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IOC는 유럽과 미국의 무대였다. 그러나 지금은 이야기가 다르다. 회원국이 113개국이나 되는 데다 아프리카와 남미, 아시아의 IOC 위원들이 힘을 합치면 IOC 위원장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김운용 위원은 이 제3세계 IOC 위원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더구나 그동안 철권을 휘둘러온 사마란치 위원장(스페인 출신)의 내년 은퇴가 확실시 되는 데다 김위원은 사마란치 위원장의 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영향력이 막강한 사마란치가 최소한 김위원의 IOC 위원장 피선을 반대하거나 훼방놓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이 동료위원들의 견해다.

김위원이 날개를 펴기 시작한 것은 88 서울올림픽 때부터다. 그는 이 때 풍부한 예산과 정부 후원을 등에 업고 서울에서 세계 IOC 위원들과 가까이 지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그의 아들의 미국 직장 취업과 딸의 유타 심퍼니 피아노 협연이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과 관계 있는 것이라 하여 말썽이 좀 있었다. 그러나 이는 김운용씨의 IOC 위원장 출마를 막기 위한 반대파의 공작이라고 그의 측근들이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김운용씨가 IOC 위윈장이 될 경우 세계태권도연맹 회장에 누가 되느냐의 문제가 떠오르게 된다. 요즘 한국에서 태권도 공원을 만든다고 야단법석이지만 누가 뭐래도 태권도의 종주국은 한국이다. 그러나 김운용 총재가 후계자를 키워놓지 않아 만약 그가 IOC 위원장에 피선되면 세계태권도연맹 총재 자리는 유럽이나 남미 또는 다른 아시아국에 넘어갈 가능성도 있다.

태권도는 품세용어가 모두 한국어로 되어 있고 세계태권도연맹 본부도 서울에 있다. 만약 비한국인이 총재에 선출된다면 세계태권도계에는 대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따라서 IOC 위원장에 한국인이 선출될 가능성은 세계태권도연맹 총재직을 한국인이 잃을 가능성을 동시에 잉태하고 있다. 김운용씨가 서서히 후계자를 가시화 해야 할 때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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