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궁지에 몰린 가주 공화당

2000-08-31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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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건은 영화배우 출신으로 가장 인기가 높았던 대통령의 하나였다. 그러나 할리웃만은 그를 미워했다. 그의 보좌관이 레이건이 배우 시절 친분이 있었던 연예계 인사 2,000명에게 지지를 호소하는 편지를 보낸 적이 있다. 그 때 답장이 온 것은 100통에 불과했다. 그나마 그중 90통은 욕설로 가득찬 찬 증오 편지였다.

클린턴은 예일대 출신으로 로즈장학생으로 뽑혀 옥스퍼드까지 가 공부했으며 한 때 대학교수를 지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만큼 할리웃과 친분이 두터운 대통령도 없다. 르윈스키를 비롯 스캔들이 터질 때마다 앞장 서 그를 변호해준 세력은 배우들이었다. 얼마전 민주당 전당대회가 LA에서 열렸을 때 클린턴은 따로 바바라 스트라이전드의 말리부 자택등지에서 모금파티를 열어 자기 기념관 건립기금으로 1,000만달러, 힐러리 정치자금으로 400만달러를 걷어 갔다.

할리웃은 이제 민주당의 핵심 지지세력이다. 클린턴 집권기간 할리웃이 민주당에 준 돈은 5,000만달러로 노조와 변호사 다음으로 많다. 문제는 민주당을 지지하는 것은 할리웃뿐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가주 전체가 이제는 확고한 민주당 표밭이다. 지지도차가 워낙 나자 공화당은 아예 가주는 포기한 채 중서부 공략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항상 이랬던 것은 아니다. 불과 10년전만 해도 가주는 공화당 아성이었다. 주지사 자리는 세번 연속 공화당이 차지했으며 내리 6번 공화당 대통령 후보가 승리했다. 가주가 완전히 민주당으로 기운 것은 94년 주지사 선거 때부터다. 당시 불경기로 열세에 몰려 있던 피트 윌슨은 불법체류자 사회복지혜택을 박탈하는 프로포지션 187을 들고 나와 재선에는 성공했지만 라티노와는 원수가 됐다. 98년 선거에서는 8개 가주 주요 공직중 7개가 민주당으로 넘어 갔다. 가장 빠른 속도로 인구가 늘고 있는 라티노들이 민주당에 몰표를 주면서 이제 가주 공화당은 영구 소수당으로 전락할 위기에 놓여 있다.

한인사회에서도 웰페어 삭감등을 계기로 전통적 공화당 지지 성향이 대폭 줄고 민주당쪽으로 기울고 있다. 민주당 전당대회 기간 열린 한미민주당 행사에서도 매콜리코프 전당대회의장은 “이제 한인 사회도 민주당으로 돌아섰다”고 참석자들과 희희낙락해 했다. 공화당 쪽에서는 어떻게 해야 떠나간 이민자들의 마음을 사로 잡을까 고민은 하면서도 묘책이 없어 끙끙 앓고 있다. 공화당은 요즘 이민자를 깔본 죄값을 톡톡히 치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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