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인터넷을 배워야 되는 이유

2000-08-30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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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요칼럼

▶ 이 철 (주필)

뉴욕에 있는 친구가 “아들을 LA에 있는 대학원에 보내려고 하니 학교 근처에 아파트를 좀 구해줄 수 없겠느냐”고 부탁했다. 렌트는 얼마이면 좋겠고 무슨 거리와 무슨 거리 사이에 있는 아파트가 바람직하다는 희망사항까지 곁들였다. 거리 이름까지 지적하길래 “어떻게 뉴욕에서 LA의 아파트 사정을 그렇게 잘 아느냐”고 물었더니 인터넷에서 자료를 구했다며 팩스로 ‘빈방 있음’ 아파트 명단 사본을 보내왔다.

사본에는 렌트가격에서 부터 매니저의 이름과 근무시간, 아파트의 환경조건에 이르기까지 상세히 적혀 있었다. 현장에 가보고 더욱 놀란 것은 입주자를 구하는 아파트들이 모두 문앞에 ‘빈방 있음(Vacancy)’이라는 사인을 내걸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는 인터넷을 모르는 사람은 아파트 빈방도 구하기 힘든 세상이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세상이 바뀌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비행기표도 싸게 구할 수 있고 공항에서 티켓을 픽업하면 된다. 책방에 가서 자신이 필요한 책을 찾느라 오랜 시간 허비할 필요도 없다. Amazon이나 Barns & Nobles를 인터넷에서 찾아 들어가면 별의별 책들과 만날 수 있다. 클릭만 하면 며칠 안으로 집에 배달된다. 한국어 도서도 마찬가지다. 인터넷으로 쇼핑할 수 있고 주문하면 배달해준다.


신문사 편집국에도 전에는 뉴욕 타임스가 3부밖에 배달이 안돼 누구는 보고 누구는 못보는 차별현상이 일어나 고민이었는데 지금은 인터넷 덕분에 모든 것이 해결되었다. 누구나 뉴욕 타임스를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주간지 ‘타임’ ‘뉴스위크’는 물론이고 골프잡지에 이르기까지 공짜(?) 구독 범위가 확대되어 있다.

한국에서 발행되는 신문과 주간지, 월간지도 볼 수 있고 KBS나 MBC TV도 인터넷으로 시청할 수 있다. 좀 감이 떨어지기는 하지만 다이얼팻을 통해 미국에서 한국으로 공짜전화를 자주 걸 수도 있다.

인터넷이 앞으로 우리들의 생활을 얼마나 변화시킬까는 상상을 불허할 정도다. 우선 인터넷이 TV로 연결되고 Voice를 문자로 변화시키고 집집마다 개인서버를 갖추게 된다. 이렇게 되면 지금처럼 인터넷의 웹사이트를 찾아 들어갈 필요도 없이 말만하면 모든 자료가 화면에 뜨도록 되어 있다. 예를 들어 무슨 동네에 얼마짜리 집을 사고 싶다고 말하면 이 음성이 글자로 바뀌면서 TV 화면에 이 조건에 해당되는 집들이 컬러풀하게 등장하고 방구석 구석까지 다 보여준다. 더욱이 담당의사와 TV 화면을 통해 건강상담을 하게 되고 진단도 받을 수 있다.

얼마전 미국 TV 에서 요트로 단독 세계횡단을 시도하던 오스트랄리아인이 인도양에서 팔과 다리에 중상을 입고 사경을 헤매는 다큐멘터리를 방영했었다. 그가 살아 남을 수 있던 것은 인터넷 때문이었다. 의사의 도움을 구하는 SOS가 요트에서 인터넷을 통해 세계에 퍼지자 영국에 있는 어느 의사가 이 메시지를 받은 후 환자를 진단하게 된다. 항해사는 의사의 지시에 따라 칼을 소독하고 스스로 팔과 다리를 수술하는데 성공하게 된다.

미국은 세계에서 인터넷이 가장 발달되어 있는 나라며 1억5천만명이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다. 앞으로 인터넷을 모르면 자녀들과의 대화에도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모르고도 지낼 수는 있다. 그러나 그 생활은 남은 컬러 TV 보는데 나는 흑백 TV 보는 것의 차이다.

미국 지도를 보면 록키산맥을 남북으로 가르는 대륙 분계선(Continental Divide)이 있다. 빗방울이 이 경계선의 어느 쪽에 떨어지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운명을 지니게 된다. 분계선 서쪽에 떨어진 빗방울은 태평양으로 흘러가고 동쪽에 떨어진 빗방울은 대서양으로 흘러간다. 록키산맥에서는 비슷한 위치였는데 날이 지날수록 가는 방향이 달라져 나중에는 엄청난 차이가 나게 된다.

인터넷은 21세기 인간생활의 대륙 분계선 역할을 할 것이다. 인터넷을 배운 사람과 못배운 사람의 차이는 글 읽는 사람과 문맹인의 차이를 연상케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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