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캠퍼스의 새 고민

2000-08-30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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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대학마다 아시아계 학생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어 고무적이다. 미국 공립대학중 최고 명문의 하나인 UC 버클리의 경우 올해 신입생중 아시안 학생수는 거의 45%를 차지, 캠퍼스에 가보면 ‘아시안 학교’ 같은 느낌이 든다. 백인 학생들이 아시안에 수적으로 밀리기 시작한 것은 몇년 전부터로 현재 전체 학생의 30%를 유지하는 수준. UCLA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아이비리그와 같은 명문사립의 경우는 사정이 조금 다르다. 백인학생이 여전히 우세해서 지난 98년 신입생 기준, 하버드에서는 46%, MIT 46%, 스탠포드 49%, 예일 57%가 백인이다. 그에 비해 아시안은 1/5 수준. 하지만 이 또한 미국 인구중 아시안이 불과 4%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대단한 숫자다.

이렇게 아시안이 늘어나는 데 대해 각 대학들은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을까. 캠퍼스에 문화적, 민족적 다양성을 제공한다는 점에서는 기본적으로 환영하는 자세인 것 같다. 그러나 학생들을 직접 가르치는 교수의 입장에서는 애로가 없지 않다. 한인학생들이 많이 재학하는 남가주 한 대학의 한인교수가 이런 말을 했다.

“언어문제가 심각해요. 이민역사가 긴 중국계나 일본계는 예외이지만 대부분 아시안들은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지 않습니까? 학생들이 수업 따라가는 걸 어려워해요”


특히 1.5세의 경우 SAT 공부 열심히 해서 그 점수로 대학입학은 하지만 각 수업에서 요구되는 방대한 독서량을 소화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수업에 아시안학생이 많으면 교수들이 독서량을 줄입니다. 그런데도 학생들은 읽어야 할 분량이 많다, 너무 어렵다고 불평을 합니다. 하지만 더 이상 줄일 수는 없지요. 수업의 질이 위협받게 되고, 교육의 질과 학생들의 질이 떨어지게 되니까요”

읽기와 쓰기 수준이 낮은 학생들을 어떻게 공부시키느냐가 많은 대학에서 몇 년전부터 골치거리로 둥장했다고 이 교수는 전했다.

아울러 아시안 학생이 급증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은 동양사, 동양어문학 류의 수업에는 학생이 미어터지고, 전통적으로 인문계의 중추였던 유럽역사나 어문학 교실은 텅텅 비는 것.

“프랑스어문학과와 같은 데는 학생은 몇 없고 교수만 여럿 있는데 반해 동양관련 학과에는 수강생은 계속 느는데 교수는 몇 안돼요. 학교측에 교수증원을 요청하지만 특정과의 교수만 늘리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반응입니다. 학생이 너무 많으면 수업의 질은 떨어지지요”

아시안 학생이 늘어난 것은 환영할만 하지만 대학이나 학계에서 숫자에 버금가는 대접을 받으려면 아직 갈길이 멀다고 아시안 교수들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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