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한 여름밤의 공연들

2000-08-29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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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자편지

▶ 전정자<밸리>

유난히도 무더운 날씨가 연일 계속되는 이곳에 시원한 청량제 역할을 해준 두 공연이 지난주에 있었다. 슈트라우스의 왈츠와 폴카 음악이 경쾌하고도 흥겨웁게 여름밤 하늘에 울려 퍼진 할리웃볼 공연과 라이브 재즈 뮤지션들이 열정적으로 연주한 금요일밤의 카운티 뮤지엄에서 있은 시낭송이 그것이다.

우선 할리웃볼에서 처음으로 가진 조수미씨의 공연은 검푸른 밤하늘아래 슈트라우스의 왈츠 음악이 경쾌하게 흐름에 따라 어깨춤이 절로 나오는 공연이었으며, 조수미씨의 카리스마적인 목소리로 불러준 고음의 열창은 1만5,000명의 관중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오케스트라의 로젠카발리에 연주 후에 따른 조수미씨의 노래는 순간적으로 청중을 사로잡았으며, 익히 들어온 오페라 Die Fledermaus에서의 웃음의 노래는 그 누구도 조수미씨보다 더 알맞게 부르지 못할 정도로 들렸다. 또한 ‘봄의 소리’,‘레몬꽃이 피는 곳’등을 가볍고도 유쾌하고 나는듯이 리드미컬하게 자유자재로 발음도 정확하게 부르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앙코르로 무반주로 부른 어메이징 그레이스도 감격적이었지만, 한국노래 금강산이 할리웃의 오픈에어 극장에 울려 퍼질 때 앉아있던 한인들은 누구든 가슴이 싸아했으리라 여겨진다.

LA카운티 뮤지엄에서 있는 시인 김정미씨의 시낭송 또한 못지 않은 감동을 불러주었다. 작년에 연극 하나코를 이스트웨스트 극장서 공연하여 극작가로서 이름을 낸 김정미씨는 이민1세로서 영어로 작품을 쓰는 보기 드문 작가이다. 재즈음악이 울려 퍼지는 카운티 뮤지엄의 한 공간에서 있은 시낭송에서 김정미 시인은 전쟁을 겪은 유아시절을 회상하는 시들과 집없이 뿌리없이 떠돌이 생활을 하는 자신 즉 이민자의 삶을 노래하여 청중들에게 깊은 감동을 불러주었으며, 무엇보다도 한인 청중들의 가슴을 파고드는 시를 세계어인 영어로 표현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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