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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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소통이 안되는 이유

2000-08-29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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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의 생각

▶ 서효원

모든 동물들은 자기의 의사를 상대방에게 전하고 싶어하고, 이 도구로 냄새, 색깔, 표정, 동작, 소리를 이용한다. 이 중에서도 소리를 가장 광범위하게 사용하고, 사람도 예외가 아니어서 언어, 즉 말로써 자기의 뜻을 전한다. 그러나 많은 경우에 의사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거나, 잘못 전달되거나 받아 들어져서, 불행한 일이 생기는 수가 있다.

나는 얼마 전에 어느 외국인에게 한국식으로 손바닥을 밑으로 한 채 이리로 오라고 하는 손 신호를 보냈다가 낭패를 본 적이 있다. 그 사람이 나의 손 신호를 보더니 그냥 돌아서서 가 버리는 것이 아닌가. 미국 사람들은 손바닥을 위로하고서 오라는 신호를 보낸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지만, 너무 급해서 이를 깜빡 잊어 버렸다. 그리고 그 사람은 무안해서 그런지 그 뒤로는 나에게 말을 잘 걸지 않았다. 의사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 낭패를 본 것이다.

오렌지카운티의 나의 누님은 딸집에서 산다. 지난 주말에 놀러 갔더니 딸에 대한 푸념을 나에게 한다. 어디 무얼 사러 가자고 딸이 말해서 “피곤할 텐데 뭐하러 가냐?”라고 말하고 이층에 올라가서 외출 옷으로 갈아입고 왔더니, 딸은 벌써 전화로 다른 사람과 약속을 하고서 문 밖으로 나가는 것이 아닌가? 딸은 이미 ‘예스’와 ‘노’가 분명한 미국 문화에 젖었고, 누님은 겸양을 미덕으로 하는 한국식 예법을 지금도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얼마전에 나는 나의 어머니를 모시고 가족의 다른 사람들과 같이 음식점에 간 적이 있다. 식사가 끝나고 돈 계산을 할 때 나의 어머니는 나에게 20달러를 주셨다. 나는 무심코 이 돈을 받아서 주머니에 넣었다. 그 뒤로 얼마가 지난 다음 나의 어머니는 나를 막 책망하시는 것이었다. 어떻게 노모가 주는 돈을 사양하지 않고 쓱 받아 넣을 수가 있느냐 하는 것이었다. 나는 전혀 생각지도 않은 봉변을 나의 어머니에게 당한 것이다.

우리는 문화가 다른 미국에 와서 산다. 아무리 미국서 오래 살아도 우리의 뿌리는 분명히 한국이다. 그러나, 미국에서 오래 살다 보면 자연히 영어도 배우게 되고, 미국 음식도 먹게 되고, 미국 TV도 보게 되고, 미국 사람과 접촉하게 되고, 이러다 보면 나도 모르게 미국 문화에 물도 들게 마련이다. 나는 나의 식구나 친척이나, 다른 한국분들을 대할 때 될 수 있으면 모든 것을 ‘한국식’으로 하려고 하지만 어떤 때는 깜빡하는 수가 있다. 의사 소통이 잘못되어서 생기는 마찰은 그 사람의 ‘본심’이 아니다. 따라서 우리는 항상 무언가가 잘못 되어가고 있다고 생각될 때는 우리의 의사소통, 즉 커뮤니케이션이 잘 이루어지고 있는가를 점검해 보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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